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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아나키스트, 무정부 주의자를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국가라는 개념 자체를 거부하며 인간은 인간 나름의 선함을 가지고 있는데 제도화된 것들이 인간 본성을 타락시키므로 국가를 해체하고 개인대 개인으로만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사회주의나 기타 이상한 개념들을 바라볼 때 과거를 찾아본다. 사회주의는 과거를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 몰락했고 부진한 상태이므로 결코 인간에게 좋은 상황이 아니다.
무정부, 그야말로 과거에 돌도끼던지며 사람 간에 피 터지는 사회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정말 어이가 없다. 소위 말하는 페미니즘 단체가 이석기 석방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름없는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왜 영화 리뷰 전부터 이렇게 말하나 궁금하시겠지만 이 영화는 신념을 가진 한 남녀의 이야기이다. 그 신념이 영화적으로는 좋게(우리나라에는 좋게) 나타났지만 결코 가볍고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내용이 아니라 이렇게 미리 말하고 들어간다. 아나키스트를 꿈꾼 두 남녀의 이야기 <박열>을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박열
드라마/한국/129분
12세 관람가
2017년 개봉
시놉시스
간략한 줄거리
-남녀 감옥에 들어가 신념을 표하다
1923년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넘어와 일명 불량선인이라 불리며 살아가는 조선인들. 그중에서도 한 성격 하는 불령사의 수장 박열은 항일운동을 하며 일본 내각에 위협을 가하기 위해 항상 준비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쓴 ‘개새끼’라는 시를 보고 찾아온 여인 가네코 후미코를 만나 서로에게 빠져 평소에는 함께 살아가는 동지로 그리고 운동 앞에서는 아나키스트 동지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발생한 관동 대지진. 엄청난 사망자와 피해에 천황의 권력이 위협을 당하자 일본 내각은 시민들의 화와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모든 것을 조선인들에게 뒤집어씌운다. 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지진도중 방화를 저질렀다며 거짓으로 선전하고 그 결과 6000명이 넘는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이 학살당한다.
억울한 상황이 계속 펼쳐지는 와중에 박열은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아 자신의 뜻과 일본의 일제강점이 얼마나 악랄하고 부도덕한 지 민족과 전 세계에 보여주려 한다. 박열은 동료들을 제외하고 자신만 사형에 처하려 노력하지만 이미 인생을 함께하기로 한 가네코 후미코는 자신 또한 그와 함께 일을 진행했고 오히려 자신이 주도했다며 그와 함께 재판을 받을 상황이 된다. 결국 외신부터 일본, 그리고 얼마 전 3•1 운동으로 뒤숭숭한 조선도 모두 이 사건을 주목하기 시작하고 일본 내각은 박열을 어떻게든 재판에 세워 사형에 처하려 하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내 맘대로 떠들기
-박열보다 더 강렬한 그녀
박열과 후미코는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재판에 서고 명예로운 죽음을 위해 그들이 가진 생각들을 온전히 재판에서 말하고 결국 사형을 판결받는다. 그러나 뜨거워진 민심에 일본 내각은 결국 무기징역으로 감형하고 박열과 후미코는 각각 갈라져 다른 형무소로 이감된다. 후미코는 감옥에서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박열은 22년을 더 감옥에 있다 해방이 되며 풀려난다. 그리고 재판 전에 찍은 실제 사진과 그들의 사진이 오버랩되며 둘의 뒷이야기를 보여주며 이야기는 결말을 맺는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이 어떤 짓들을 저질렀는지 교과서와 다양한 매체에서 배워왔던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오히려 신기한 느낌이었다. 의외로 일본의 민중들이 악랄한 면도 많지만 정상적인 사람으로 나오는 검사나 변호사들을 보면 역시 모든 악랄한 행위들은 권력과 특정 집단으로 인해 생기는 일인 것을 다시금 느꼈다.
누가 천황한테 무기징역 권리 줬어
권력은 결국 다른 권력을 눌러서 생긴다.
느낀 점이야 그렇다 치고 영화에 대해 말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가 있고 흡입력도 좋아서 집중이 잘 된다. 어딘가 통쾌하면서도 가슴속에 끓어오르게 만드는 묘한 쾌감이 있다.
단연코 주인공인 박열을 맡은 이지훈 배우의 연기가 매우 좋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마 배우로 보여줄 수 있는 대부분의 모습을 이 영화 한 편에 거의 다 녹여내지 않았을까. 화내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사랑하며 신념이 넘치는 모습까지 실제로 광복 후 여기저기서 사람을 두들겨 팰 정도였다는 박열이라는 실존인물이 살아 돌아온듯한 강렬한 연기였다.
재판장! 자네도 수고했네. 내 육체야 자네들이 죽일 수 있지만 내 정신이야 어찌하겠는가?
오글거리지 않는 박열의 강렬한 대사
어딘가 유머러스하면서도 때로는 강렬한 이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듯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박열이 아니다. 제목도 <박열>이지만 이 영화를 소위 캐리 한 단 한 사람은 바로 후미코이다.
요즘 보면 진짜 광기와 만들어진 광기라는 게시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박열이 만들어진 광기라면 후미코는 그야말로 진정한 광기를 보여준다. 이보다 강렬하게 후미코를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기죽긴. 일본에서 가장 버릇없는 피고인이 될 거야.
기죽지 말라는 박열의 말에
특히나 일본 간수가 그녀를 협박하자 옷을 벗으며 오히려 뒤로 물리는 장면은 정말 그녀가 미쳤다고 느낄 정도였다. 진짜 정신감정을 받았으면 아마 구속을 풀어주지 않았을까. 하지만 단순히 그녀가 광기만을 보여준 건 아니다.
광기에는 신념이 담겨있었고 그 이전에 박열에 대한 사랑이 들어가 있다. 어찌 보면 굉장히 오버스럽고 과해보이는 캐릭터이지만 우리는 그 배경을 알고 보기에 그녀가 밉지 않다.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보여주기에.
나는 박열의 본질을 알고 있다. 그런 박열을 사랑하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과실과 모든 결점을 넘어 나는 그를 사랑한다
재판에서 마지막 그녀의 대사
솔직히 나는 아나키스트나 사회주의 단체, 그리고 그런 쪽을 옹호하는 집단들을 굉장히 싫어한다. 허울만 좋은 그럴듯한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내용을 들고 와서 마치 자신들이 선의의 지도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로는 동지라고 하나 그 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무지하고 밀어내야 할 대상으로 본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나에게 굉장히 불편했다. 박열의 항일운동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그 기저에 깔린 아나키스트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찌 보면 페미니즘이나 사회주의라는 것은 말로만 그럴듯하지 실제로는 다 자유주의 안에서 득을 보는 사람들이 말로만 떠 느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묻으려 할수록 더욱 드러나는 법이다 그게 자연의 섭리고 역사의 흐름이다
박열의 대사
박열의 사랑으로 인해 후미코에게 제안한 혼인서약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진정한 무정부주의를 꿈꾸는 그들은 어쩔 수 없다 하며 사형 집행 이후를 생각해 혼인 서약을 한다. 그가 후미코를 신념 그 자체보다 더 아낀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어찌 되었건 국가와 사회가 필요하면 가져다 쓰는 모습은 조금 안타깝다.
인상 깊었던 두 배우의 연기와 어딘가 통쾌한 일본에 대한 대항적인 모습이 좋았던 영화이지만 어딘가 불편함이 섞인 영화였다.
이지훈 배우 외에는 거의 처음 보는 배우들이 많이 보였는데 상당히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특히 일본내각의 김원효 개그맨 닮은 분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강렬한 연기와 좋은 연출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서의 일본에 대한 통쾌한 한방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영화와 실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사진
세상의 진실에 깊숙이 다가가는 자는 빨리 죽기 마련이네
상당히 인상 깊었던 일본 변호사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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