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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요즘 뉴스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2030의 결혼과 출산율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좋은 일로 눈에 들어오면 좋겠지만 우리 세대는 지금 누구도 결혼을 쉽게 하지 못하고 거기에 결혼한다 하더라도 아이를 갖는 것은 더욱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대부분 배 한번 곯아본 적 없고 보일러가 안돼서 덜덜 떨며 촛불이나 작은 형광등 불빛아래 옹기종기 모인 방에서 공부하며 살아온 윗세대보다 풍족하게 자랐지만 우리는 더욱 큰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아간다.
열심히 공부해서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도 내 한몸 건사하기 힘든 삶이다. 1억을 벌어 1억을 다 저금해도 서울에 살고 싶으면 10년을 모아야 한다. 물론 10년 뒤에도 서울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가정하에. 우리는 육체적 평안함을 바탕으로 자랐지만 정신적 메마름에 고통받으며 성장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상대적인 가난과 안정 감 없이 살아간다. 거기다 결혼과 아이라니, 결혼이야 아껴서 하면 되겠지만 이런 세상에 아이는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 어렴풋이나마 아이에 대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우리의 고통을 대변하는 작품이 있다. 영화 <십 개월의 미래>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십 개월의 미래
드라마/한국/96분
12세 관람가
2021년 개봉
시놉시스
간략한 줄거리
-임신으로 겪어야 하는 일
잘 다니던 대학을 나와 작은 기업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하나뿐인 기술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며 살아가는 미래(최성은) 집안에서는 계속 큰 조직에 속해 일해야 한다며 그를 구박하는 아버지의 잔소리 속에도 그녀는 버티며 하루하루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계속된 어지럼증에 단순 숙취라 생각했던 그녀는 한 약사의 이야기를 듣고 임신테스트를 하고 그녀가 임신했음을 알게 된다.
친구 김 김(유이든)과 함께 찾은 병원, 상담사이자 의사(옹중)와 대화하고 미래는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아이가 생긴 것을 믿지 못한다. 미래는 병원에서 나와 남자친구 윤호(서영주)에게 말하고 윤호는 기뻐하며 결혼하자 한다. 그렇게 상견례까지 마쳤지만 윤호의 아버지는 윤호에게 자신의 가업을 잇도록 압박하고 미래의 회사는 결국 기술력으로 투자까지 받지만 갑작스러운 중국행이 결정된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고 나날이 망가져만가는 인생이 그녀에게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내 맘대로 떠들기
결국 직장도 그만두고 갈 곳이 없던 미래는 하루하루 불러오는 배를 부여잡고 윤호가 가업을 이어받고 있는 윤호네 집으로 간다. 고된 노동에 맞지도 않는 일을 하며 괴로워하는 윤호를 보고 집에 갔더니 윤호의 어머니가 대뜸 앞치마를 선물하고 아버지는 들어와서 살라고 한다. 윤호는 부모님과 싸우고 이를 달래기 위해 미래가 가지만 엉겁결에 대식과 키스했음을 말하고 얼버무린다. 하지만 윤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이고 자신의 자식이 아닐 것이며 마치 미래가 임신한 것이 자신의 인생을 망친 것처럼 그녀를 폭행하려 하고 미래는 가까스로 차를 타고 도망친다.
그러나 미래는 충격을 받아 운전하다 사고가 나고 팔에 깁스를 한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했고 미래는 본가로 들어간다. 그리고 안정을 찾을무렵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미래는 할아버지 제사를 위해 절에 방문한다. 그리고 돌아가려는 순간 진통이 오고 친구 김 김의 도움으로 산부인과로 향한다. 미래는 의사의 구호에 맞춰 힘을 쓰고 아이는 무사히 태어난다. 태명인 카오스는 그렇게 태어나고 미래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고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이 작품은 청년들의 고통과 임산부의 고통 그리고 막막한 미래에 대한 고통을 나타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청년의 세대를 거의 극한으로 보여주었다. 이렇게까지 엉망인 상황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원래 삶이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고 하지 않은가. 미래는 굉장히 큰 괴로움을 겪는다.
어쨌거나 제가 정황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임신 중절을 물으며
영화는 여러 갈래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나는 두 가지로 봤는데 하나는 아이를 지금 청년이 가진 문제로 보는 것과 여성으로 임신을 한다는 일차원적인 것으로 나눠서 보았다.
우선 위에 나온 대사처럼 아이를 청년들의 문제에 대입해 보면 미래는 아이를 낳을 때까지 왜 자신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은 아무것도 안 했고 세상은 도와주지도 않고 그저 옳은 길이라며 자신에게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심지어 같이 부모가 될 윤호마저도.
이거.. 시간 싸움이에요
우리는 모든 문제에 쫓긴다.
솔직히 말해서 젊은 세대들은 죽을 때까지 일을 열심히 하면 배곯고 치료를 못 받아 죽을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가지고 꿈을 이루며 살기는 너무나 힘들다. 우리는 항상 문제에 직면하며 그 해결방법들은 정말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집을 사기 위해서는 수십 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듯이. 그렇기에 우리는 문제 앞에서 막막하다. 남들이 정해놓은 시간(여기서는 출산시기)은 심지어는 몇 살에는 뭘 해야 하는지까지 나이별로 정해져 있고 우리는 계속해서 그 시간을 맞이하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역시나 임신에 대한 여성의 괴로움이다. 출산의 고통은 그나마 짧기라도 하다는 지인의 말처럼 사실 육아는 더욱 고통스럽다고 한다. 미래의 지인으로 나오는 성공한 선배의 대사는 여성들이 얼마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고통받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구석구석 한 군데도 빠짐없이 부서뜨리고 나왔어. 그리고 기억이 안 나 내가 뭘 원했는지 내가 뭘 생각했는지
강미가 아이를 안으며
분명히 아이를 보면 행복하고 사랑스럽다고 한다. 그러나 몸은 갑자기 늙은 것처럼 힘들고 바쁘고 정신없는 육아에 자신은 지워지고 엄마라는 이름만 남는다. 남에게 보여주고 자신을 드러내는 세상에서 자신이 지워져 가는 그 고통이란 그 어떤 고통보다도 더 끔찍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결국 출산을 해낸다. 첫 번째 해석과 두 번째 해석 그 어떤 것의 문제라도 그녀는 결국 출산이라는 문제를 뛰어넘는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하나의 성공이고 기쁨이 된다. 뒤에 고통이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고 살아가면 갈수록 더 큰 문제들이 뒤따라 오기 때문에 쉽게 웃을 수 없다. 그러나 미래도 그렇고 우리도 웃는다.
우리 이제 시작해 보자
카오스를 바라보며
문제의 해결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인 것을 알지만 이제는 함께이기에 그리고 문제를 회피하거나 도망치지 않았기에(아이를 지우지 않았기에) 당당히 다시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의미한다.
솔직히 아이를 문제라 놓고 보는 첫 번째 해석은 나의 생각이 더 많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고 두 번째 해석이 더 가까울 테지만 결국은 비슷한 의미로 일맥상통한다.
여러 가지 설정들이 과하게 들어있기는 하다. 20대 후반인 아들에게 반찬을 먹여주거나 갑자기 중국행이 결정된다거나 미래에게 세상이 압박하듯 여러 부분에서 꽤나 설정이 가혹하다. 그러나 여러 명의 관객이 보는 작품은 모두가 공감할만한 요소가 있어야 하고 이렇게 많은 설정들은 우리가 미래의 상황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영화이다.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어렵고 간단하면서도 해답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인생이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아닐까. 부쩍 많아지는 결혼과 출산문제에 대한 뉴스들이 여기저기 나오는 이 시점에 다시금 돌아봐야 할 작품이 아닐까 한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가 나왔지
코스모스?
우주라는 뜻이야
우리의 우주는 언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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