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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수많은 화가들이 죽은 뒤나 한참뒤에야 인정받는 것들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귀를 자른 화가 반 고흐는 평생에 걸쳐 단 하나의 작품을 팔았을 정도로 가난했고 인정받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이중섭화가도 돌아가신 후에서야 그 미술품들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굳이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인정받아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서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만의 공간에 고립되고 육성이 아닌 데이터로 된 전자신호에 의존하여 더 많은 소통을 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여러 정신적인 병들도 늘어나고 우울증이나 노인에게만 있다고 생각했던 고독사가 점차 청년층에게 다가온다. 이 작품도 지금 시대의 청춘의 비극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무려 13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외적인 고립에 갇힌 남자와 정신적 고립에 갇힌 여자의 소통을 담은 영화 <김 씨 표류기>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김씨 표류기
드라마/한국/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2009년 개봉
시놉시스
간략한 줄거리
-남과 여 구원이 되다.
엄청난 빛을 진 남자 김 씨(정재영)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어 결국 한강에서 투신한다. 그러나 재수 옴 팡 쓴 그의 인생처럼 뭐 하나 뜻대로 흘러가는 일 없고 그는 한강 한가운데 고립된 밤섬에 갇히게 된다.한편 여자 김 씨(정려원)는 자기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어머니 외에도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대인기피증 환자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불펌해 합성해서 자기 홈페이지에 올리며 과시하는 걸 낙으로 삼는 무의미한 삶을 살아간다.
그녀의 취미인 달 사진 찍는 것과 민방위 훈련으로 잠시동안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거리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렇게 민방위 훈련 날 사진을 찍던 중 우연히 밤섬에 표류하고 있는 남자 김 씨를 발견한다. 그날 이후로 계속 김씨의 표류기를 관찰하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된다. 그리고 그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 한밤중에 나가 병에 담은 편지를 던져넣어 그에게 보낸다. 한편 남자 김씨는 점점 무인도 생활에 적응하고 어느 날 섬 수색을 하던 도중 우연히 스프만 들어있는 짜파게티 봉투를 발견하게 된다.갑자기 짜장면을 먹고 싶다는 열망이 급속도로 커지고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섬을 수색하다가 여자 김 씨가 보낸 병 속의 편지를 발견해 둘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게 된다.
결국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 열심히 농사지어 기른 작물들 중 옥수수가 있었고, 그 옥수수 낟알을 갈고 반죽해 면을 만들어내고 다른 농작물로 아예 짜파게티 포장지에 있는 것과 거의 똑같이 만들어낸다. 남자 김씨는 그렇게 만든 짜장면을 먹다 눈물을 흘리고, 이 모습을 본 여자 김씨 또한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점차 서로를 보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던 김씨 남녀에게 다시금 시련이 찾아오고 사회로 강제로 나가게 될 일이 발생하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내 맘대로 떠들기
여자 김 씨가 남의 사진들을 도용했다는 것이 들통나고, 심지어 어두운 과거까지 폭로당하면서 남자 김씨와 교신하며 바깥세상에 마음을 열어가던 여자 김씨의 마음은 다시 굳게 닫히게 된다.이와 동시에 서울에 폭우가 내리면서 남자 김씨가 일궈왔던 밤섬의 보금자리가 풍비박산 나고, 청소를 위해 온 사회복무요원들에게 발각되면서 남자 김 씨는 강제로 밤섬에서 끌려나오게 된다. 남자 김씨는 밤섬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생활하던 중 모든 걸 잃어 큰 상실감을 느낀다.
한편 다시 정신적으로 고립된 여자 김 씨는 섬에서 쫓겨난 남자 김씨를 만나기 위해 세상으로 뛰쳐나온다. 남자 김씨는 확실하게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63빌딩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그 순간 민방위 훈련 사이렌이 울리고. 그 덕분에 버스가 길에 정차하면서 여자 김씨는 버스를 쫓을 수 있었고 버스에 오른다. 서로를 마주한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 짓고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영화를 조금 해석해 보자면 남자 김 씨(이하 그, 여자 씨는 그녀)는 사회적, 육체적 고립을 의미한다. 그는 누구보다 살고 싶어 하지만 빛이 너무 과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렇게 밤섬에 갇히며 스스로 육체적 고립을 선택하고 스스로 선택한 육체적 고립은 오히려 그에게 희망이 되어 돌아온다.
죽는 건 언제라도 죽을 수 있으니까요
그의 독백
그러나 그 희망도 결국 스스로 얻은 것은 아니다. 물론 생존에 힘쓰면서 무수히 많은 생물들을 길러내고 그 안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며 치유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는 결국 다시 사회로 돌아가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죽을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만나 결국은 소통하며 희망에 불을 지핀다.
그녀는 반대로 육체적인 자유와 어느 정도 경제적인 자유도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 정신적 고립을 원하며 작은 방안에 자신을 고립시킨다. 그녀에게 있었던 과거의 기억이 부모가 그녀에게 사랑을 줌에도 그녀를 벗어나게 하지는 못한다. 고통이란 건 온전히 그녀만 가진 것이기에.
달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없으면, 외롭지 않으니까
그녀의 독백
그러나 그녀도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된 그와 소통하며 점차 삶에 희망을 얻게 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도 고립되어 있고 자신도 고립되어 있지만 그는 어딘가 삶에 있어 강렬한 열망을 보인다(물론 짜파게티 때문에) 그녀는 위의
독백처럼 아무도 없는 것을 온전히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녀는 아무도 자신에게 해를 가하거나 과도한 관심을 원하지 않을 뿐 상처받은 마음을 누군가와 은 나누며 치유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만나지 않았지만 점차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치유가 되고 희망이 되는 것이다. 먼저는 그가 그녀에게 삶의 희망을 선물한다. 그러나 그는 죽기 전 삶의 작은 부분에 불을 지핀 것이지 온전한 희망보다는 유희에 가까운 것이었고 그는 밤섬에서 쫓겨나자 다시금 죽음을 찾아 나선다.
나 그냥 여기 있게 해 주세요.... 아무 짓도 안 할게요.
쫓겨나는 그
그때 그를 구원하는 것이 바로 그녀이다. 그녀는 평생을 안에 숨어 살았지만 간신히 얻은 희망이 그이다.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었던 방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와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해 달리고 넘어지고 다시 달린다. 상처는 그녀의 몸에 생기지만 이제는 정신적인 상처나 외부적인 상처나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다. 희망이란 치료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그는 그녀에게 희망을 주었고 그녀는 다시 버스에서 그를 만남으로 받았던 희망을 나눈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고 육체적 고립과 정신적 고립 모두를 이겨내며 결말을 맺는 것이다.
남자가 보낸 거대한 희망을 맛보려 합니다 정말 희망의 맛이 맞습니다
돌아온 짜장면을 먹으며
영화 자체로 이야기하면 상당히 재밌는 소재로 이목을 끈다. 지금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정신병 하나는 가지고 있는 게 정상이라고 말할만한 사회가 됐지만 당시는 이제 막 그런 단어들이나 삶들이 조명되기 시작했던 만큼 시대를 앞서가는 소재였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고립되고 고독사하며 무엇하나 가지지 못하는 지금 젊은 세대들의 모습이 얼핏 보이기도 한다.
요만큼도 허락이 안되는 거야..? 진짜 요만큼인데...
그가 바라는 건 정말 작은 것이었다.
이 영화를 논함에 있어서 짜장면(정확히는 짜파게티)을 논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다. 눈물 젖은 짜장면 장면은 그야말로 당장 어플에 들어가 중식을 누르게 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입맛을 다시게 만들고 강렬한 욕구를 자아낸다.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고통받는 현재의 사람들과 앞으로 더욱 고립되고 소통하지 못하며 살아갈 미래의 사람들에게 결국은 그 모든 것이 서로에 대한 소통이며 희망을 나누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작품으로 마음속 고립된 작은 부분이 있다면 꼭 챙겨봐야 할 영화.
처음 맡아보는 희망의 냄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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