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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내 기억에는 단 한 번도 흑백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흑백영화라고 하면 보통 머릿속에서는 아버지 세대의 그런 이상하리만치 두꺼운 나무속에 있는 브라운관 티브이나 야인시대에서나 나올법한 옛날 영화관에서 무언가 신기한 영사기라고 하나.. 그런 기기가 돌아가며 보여주는 작품으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늘 본 이 작품 <Blue Jay>는 그간의 편견을 다 무너뜨릴 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감정선과 흑백영화가 맞음에도 중간중간색이 느껴질 정도의 강렬한 감정선이 맞물려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첫사랑과의 22년 만의 만남 영화 <블루 제이>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블루 제이(Blue Jay)
로맨스/미국/80분
15세 관람가
2016년 개봉
감독:알렉스 레만
주연:세라폴슨, 마크 듀플라스
시놉시스
간략한 줄거리
-아픈 과거와 눈부신 첫사랑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남자 짐, 그리고 그 옆에 우연히 동생을 보러 고향에 온 여자 아만다. 둘은 어색한 듯 잠시의 대화를 나누고 이내 헤어진다. 그러나 마트를 나가서도 둘은 다시 만나고 짐은 그녀에게 커피를 마시자 한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둘. 서로의 근황을 물어본다. 남자는 건설업을 하다가 사촌이 고객을 계속 뺏어가자 그와 대판 싸우고 고향으로 내려온 것. 여자는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여 애들을 둘 키우지만 자신의 삶은 없이 겉으로만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
서로가 첫사랑이었던 둘은 마을을 구경하며 아름다웠던 추억을 기억하고 아만다가 짐이 고치고 있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집을 보여달라 한다. 온갖 둘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이 가득한 집에서 둘은 과거를 추억하고 서로의 고통을 보듬어주기 위해 서로에게 기억에 남을 밤을 선물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서로가 가장 우선이었던 과거로 돌아간듯한 둘은 키스를 하지만 아만다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떠나려 한다. 그러다가 아만다가 몰래 챙긴 짐의 편지를 떨어뜨리고 짐은 그 모습을 보고 슬퍼하고 분노하며 둘의 아픈 기억을 꺼내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내 맘대로 떠들기
알고 보니 아만다와 짐은 어릴 적 한 번의 실수로 아이를 임신했고 아만다는 어렸던 짐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임신 중절을 택한 것. 짐은 그런 아만다에게 부정적인 편지를 썼고 아만다는 충격과 고통에 그를 떠나서 결혼했던 것이다.
그렇게 둘은 과거의 일로 괴로워했으나 아만다가 떠나기 전 부정적인 편지 이전에 쓴 아만다가 몰래 챙겨뒀던 편지를 짐은 다시 아만다에게 주고 거기에는 두 번째 부정적인 편지를 쓰기 전 썼던 둘의 행복한 미래와 걱정하지 말라며 사랑한다는 짐의 진심이 들어있었다. 둘은 편지를 읽고 서로를 바라보며 오해를 풀고 눈물을 흘리며 웃음 짓는다. 그렇게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 초반 결혼했다는 아만다의 대사에 아 이거 불륜 영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저급한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는 상처받은 두 사람이 가진 과거 상처의 회복과 첫사랑의 찬란했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으로 보게 되었다.
오늘 밤은 좀 즐겨볼래?
짐이 아만다에게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면 불륜, 웃음 짓는다면 사랑이 아닐까 물론 내가 하는 로맨스가 아니니 내로남불은 아니고(하지만 잠깐의 불륜은 맞다) 어찌 되었건 과거와 현재의 두 인물의 괴로움에 대한 치유가 주제인 영화이다.
우선 현재의 아픔이다. 아만다는 나이차이가 얼핏 봐도 20살 이상인 남자와 결혼해 남자의 아이를 두 명이나 키워 대학에 보낸다. 아만다는 짐과 있으며 굉장히 유쾌하고 장난꾸러기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그저 한 가정의 어머니로 정체성 없이 살아가며 자신의 꿈과 자신만의 행복이 없이 항우울증 약을 아무도 모르게 먹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함께했던 때처럼 좋았던 적 없어, 난 그래
둘의 진심
짐은 변변찮은 직업이 없다. 꽤 벌이가 괜찮았던 석고보드일은 사장인 동시에 삼촌이었던 사람을 쥐어패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고 가난하며 그저 어머니의 집을 수리해 팔면 아무것도 없는 백수일뿐이다. 이렇게 둘은 현재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같으면서도 다른 아픔을 가진다. 둘은 아이를 지웠다. 이렇게 같은 아픔을 가지면서도 짐은 아이를 잃은 동시에 아만다에게 아이를 지웠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조롱이 섞인 안 좋은 편지를 보내버렸고 결국은 아만다마저도 잃게 된다.
분홍색이랑 보라색은 전부 남겨뒀네
응, 네가 좋아하는 맛이잖아
22년이 흘러도 기억하는 짐
아만다도 아이를 잃었다. 수술대 위에 올라간 건 아만다 혼자였고 그 고통과 괴로움을 실제로 겪으며 아이를 보냈다. 그리고 그 고통뒤에 더욱 큰 충격의 편지를 받는다. 그녀 또한 그 편지로 아이를 잃은 후에 짐이라는 기댈곳마저 잃어버린 것.
이렇게 둘의 고통은 과거와 현재로 나뉘지만 현재의 고통은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잔재이다. 아만다는 기댈 곳이 없어 떠나 부유한 안정적인 늙은 남자를 만났고 짐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분노 조절이 어렵다. 그렇기에 참지 못하고 삼촌을 폭행한 것. 이렇게 둘의 쓰라린 과거는 현재에까지 스며들어 둘을 힘들게 하고 있던 것이다.
테이프에 기록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겠어
나는 그 사람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
자신을 잃어가는 아만다와 그녀를 기억하는 짐
그러나 과거의 고통과 현재의 고통 모두를 치유해 주는 단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사랑, 둘은 여전히 서로를 애타게 사랑한다. 이게 과연 연기가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를 애타게 바라본다. 시종일관 웃으면서도 눈 안에 담긴 서로에 대한 애정은 바라보는 내 마음이 시릴정도로 안타깝다.
아무튼 둘은 그렇게 과거를 추억하며 서로가 다녔던 곳을 다시 찾아다니며 과거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웃고 떠들며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순간 둘은 가장 고통스러웠던 그날을 떠올린다. 짐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자 아만다는 그에게 다가가 예전처럼 그의 머리를 만져준다. 짐은 그때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직접 가서 그걸 해야 했던 건 나야
아만다가 짐에게
아만다는 그렇게 짐을 치유해 주고 떠나려 한다. 그 순간 짐은 아만다에게 편지를 읽도록 다시 건네준다. 그것이 처음 아만다에게 쓴 진심이라며. 그곳에는 아이를 함께 기를 것이며 둘은 누구보다도 행복할 것이고 진심으로 아만다를 사랑한다고 쓰여있다. 아만다는 아이들을 키우고 한 남자의 부인으로 살아가며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며 우울증을 겪고 있었는데 이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녀가 과거로부터 쌓여왔던 고통과 괴로움들이 막고 있던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렇게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과거를 치유하고 현재의 서로마저도 치유해 준 것. 그리고 마지막 순간 둘은 크게 호흡을 내뱉는다. 쌓아왔던 괴로운 모든 것을 내뱉듯이.
영화에 대한 감상으로는 너무나 강렬하면서도 깊은 이야기이다. 1시간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 정도의 이야기가 전달이 가능하구나라고 느낀 명작이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해석이지만 이 흑백은 둘의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비춰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둘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도 물론 흑백이긴 했지만 색깔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생길 만큼 다채로운 기분이 들었다.
색은 없지만 흑백이라는 배경위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채로운 감정과 기분을 이끌어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흑백영화를 아직 한편도 안 보셨다면 이 작품이 어떨지 권해보는 바이다.
날 널 영원히 사랑할 거야
짐의 편지에 쓰인 진심
아 그리고 <블루 제이>는 미국의 한 자치구로 둘의 추억이 담긴 과거 공간으로 제목으로 차용된듯하다.
이제 멈추지를 않잖아
눈물을 흘리는 아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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