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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이틀 전 올린 영화 <카센터>와 같이 올라온 영화 <메기> 처음 영화가 시작하고 한 30분간은 이게 도대체 뭔 영화인가 싶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가 말하는 것이 구체화되고 마지막 결말에 다가갈수록 오히려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구체화시켜 보여준다. 감독은 한 시간 반이나 되는 영화에 모든 장면마다 의미를 심으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것은 나의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귀차니즘도 고양시킨다.
이 영화는 성공적이면서도 실패작이다. 일단은 배우들과 이야기면에서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사회비판적이고 재미도 있다. 이런면에서는 성공적이지만 주제와 연관 짓는다면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공격받을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이런 부분은 실패의 형태를 띠면서도 오히려 여기서 토론을 이끌어낸다면 또 다른 형태의 성공이라고도 보겠다. 영화 <메기>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메기(Maggie)
코미디/한국/89분
15세 관람가
2019년 개봉
시놉시스
오늘은 줄거리가 아닌 짧은 시놉시스
-진실은 무엇인가
마리아 사랑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여윤영(이주영)과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그녀의 남자친구 이성원(구교환) 그리고 까다로워 보이는 부원장 이경진(문소리). 어느 날 병원에서는 남녀가 관계를 하는 듯 보이는 이상한 엑스레이 사진이 떠돌게 되고 윤영은 본인이라 생각하고 사표를 내려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꾸고 출근한다. 놀라운 것은 자신과 이경진 부원장 빼고는 모두 다 출근을 안 한 것! 둘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를 말한다. 두 사람은 믿음을 가지자며 그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한편 병원에서는 환자가 키우는 메기를 통해 지진을 예상하지만 그렇게 큰 지진은 발생하지 않고 대신 나라 곳곳에 싱크홀이 발생한다. 성원은 돈을 벌기 위해 싱크홀을 메우는 작업을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윤영이 사준 반지를 잃어버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가 발에 낀 반지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성원의 놀라운 과거에 대해 듣게 되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영화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
-이유는 중요하지 않은가
윤영은 평소와 다름없이 성원을 만나지만 어딘가 그가 전 여자친구를 때렸음을 끝없이 의심하고 결국 둘은 헤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부원장에게 말하고 그녀의 조언대로 사실을 묻기 위해 성원을 찾아간다. 그녀는 성원에게 전여자친구를 때렸음을 묻고 성원은 맞다고 대답하자 갑자기 큰 싱크홀이 생기며 성원은 그곳에 빠지고 윤영이 들여다보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다소 황당한 이야기 흐름에 알 수 없는 장면들까지, 매우 혼란스러운 영화이지만 영화가 말하고 싶은 주제는 경진의 말을 통해 구체화된다.
구덩이에 빠졌을 때는 더 깊게 파려 하지 말고 거기서 빠져나와야 한다.
실제로는 더 길지만 줄여보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싱크홀=문제이다. 인간보다 예민한 메기가 튀어 오르며 문제가 생길 것을 미리 알려주며 메기라는 생선을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에 대입하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포인트이자 의문을 던지게 하는 역할로 사용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메기가 아닌 바로 싱크홀로 대입되는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사회적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영화를 통해 잘 드러난다. 어떤 이는 굳이 차를 돌려서 구경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거기에 쓰레기를 투척하고 청년들은 일자리도 없이 헤매다 그저 싱크홀을 메우며 돈을 받는다. 첫 번째는 사회적 문제를 우리가 그저 구경거리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악플이나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악인들에 대한 모습이고 세 번째는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 사회적 문제들을 뒤늦게 나온 청년들이 고생하며 메워야 함을 보여준다.
또 싱크홀은 초반에 등장한 엑스레이 사진과도 동일시 여겨지는데 사람들은 엑스레이 사진을 찍은=문제를 만들어낸 사람을 찾지 않고 엑스레이 사진의 인물들에 대해 더 크게 관심을 가진다. 문제를 만든 본질보다 그저 화제성과 가십거리에 더 집중하는 요즘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엑스레이실에서 그러한 관계를 갖는 것도 문제의 시발점이므로 보여야 하지만 여기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근데 웃긴 것은 이러한 싱크홀에 빠지는 사람은 본인인 동시에 타인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문제를 바라볼 때 우리도 우리만의 싱크홀에 빠진다. 그 사람을 의심하고 의혹을 만들어내며 더 깊은 싱크홀로 빠져가는 것이다. 동시에 문제의 대상들은 더 깊게 파헤쳐지며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어떠한 문제를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동시에 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위에 부원장이 말하는 대사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거기에 빠져들어 더 깊이 파려 하지 말고 그냥 그 구덩이에서 나오는 것=문제의식보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끝내라는 것.으로 보인다.
감독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 그중에서도 성관련 2차 가해나 데이트 폭력등에 대한 질문들로 인해 피해자가 더 고통받는 것을 줄이기 위해 이러한 느낌을 담아냈다고 한다. 물론 의도야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이러한 부분이 실패를 만들어낸 것 같다. 영화는 이렇게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결말을 보여준다.
출근하지 않았던 어떤 직원은 진짜 그 이유가 맞았고, 성원이 의심하던 반지 도둑은 사실 반지도둑이 아니었다. 엑스레이 사진은 결론이 나지 않았으며 성원은 전 여자 친구를 때려서 싱크홀에 빠진다. 이렇게 보면 문제가 해결되기도, 또 묻히기도 또는 반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근데 왜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2차 가해는 피해자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가해자로 보이는 이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원이 전 여자친구를 때렸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여기서 오히려 문제가 발생한다. 전 여자친구가 칼로 성원을 찌르려 해서 성원이 그녀를 막기 위해 때렸다.라고 한다면 성원을 구덩이에 깊이 담그는 게 정상적일까? 감독은 왜라는 질문이 2차 가해를 만든다고 하지만 성원과 반지 이야기에서 보듯이 오해와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싱크홀이라는 문제에 왜라는 동아줄이 항상 놓여야 한다고 본다.
쉬쉬한다고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다. 물론 조용하고 아무 말도 없는 게 구덩이를 더 파내려 가지 않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싱크홀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그것을 메우지만 사회적 문제들을 왜?라는 질문이 없이는 메울 수가 없다. 우리는 싱크홀이 생긴 이유와 그 해결책들로 분명히 접근해야 한다. 지반(사회적 인식) 약하다면(문화가 저급하다면) 지반을 강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도 장점은 분명하다 현실을 잘 보여준 느낌도 있어서이다. 엑스레이 사건이 가십거리로 소비해 사람들이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는 장면이나 토익 900점이 넘는 청춘이 취업을 못해 싱크홀을 메우며 살아가고 또 누군가는 그 일을 하며 토익 학원에 등록한다. 취업의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현실의 청춘과 사회적 문제를 잘 보여주면서 동시에 좋은 배우들로 이야기를 잘 전달하려고 했다.
D.P로 반짝 뜬 구교환 배우와 <이태원 클라쓰>의 마현이로 나온 이주영 배우, 그리고 명실상부 연기력은 인정받는 문소리 배우까지 뚜렷한 주제의식과 좋은 배우들 그리고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으며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까지 생각보다 추천할만한 작품이었다.
사생활 침해한 찍은 사람은 안 궁금해하고, 오직 찍힌 사람들만 궁금해했어요
제대로 된 사회는 모든 것에 궁금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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