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는 죽음에 앞서서 여러 차례 죽지만, 용기 있는 자는 한 번밖에 죽지 않는다.
영화 들어가기-셰익스피어의 명언
나이가 한두 살 먹어가면서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몸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꼴랑 30 먹고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어쩌겠는가 20살 때는 객기에 막걸리를 한 박스를 시켜놓고 다 먹는다며 친구랑 둘이 먹다가 그대로 눈뜨니 아침이었지만 다음날 다시 멀쩡하게 또 술을 먹곤 했다. 지금은 술을 먹기는커녕 그냥 누워있는데도 피곤하고 일어서도 피곤 즐겁게 뭘 해도 피곤하다. 그러면서 슬슬 나에게도 아주 저 멀리서 죽음이란 무언가가 다가옴을 천천히 느낀다.
워낙에 낙천적인 성격이라 딱히 두려워하지도 남들보다 특별하게 여기지 않던 죽음이란 것이 영화나 타인의 죽음을 바라보고 그것이 삶에 쌓여가며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되어간다. 그중에서도 죽음 앞에 누구보다 당당한 사람들을 보면 괜스레 부럽기도 하다. 이 작품도 그러하다. 끔찍한 비극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마저도 투쟁을 보여주는 한 여인이 있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드라마/미국/133분
12세 관람가
2005년 개봉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시놉시스&예고편
딸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채 혼자 낡은 체육관을 운영하며 권투 선수들을 키우는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매기(힐러리 스웽크)가 찾아온다. 선수로 키워 달라는 말에 프랭키는 30살이 넘은 여자라는 이유로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매기는 계속 체육관에 와서 연습하길 멈추지 않는다.
선수 때 한쪽 눈을 잃고 지금은 프랭키 체육관의 청소부로 일하며 지내는 스크랩(모건 프리먼)이 조금씩 매기를 돕는다. 매기의 열의에 못 이긴 척 프랭키는 트레이너가 되어 ‘모쿠슈라’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함께 경기에 나가며 점점 가까워진다.
항상 자신을 보호하라는 가르침 속에 훈련은 계속되고 마침내 프랭키는 메기를 챔피언 쟁탈전 내보낸다. 상대방은 반칙으로 유명한 ‘푸른곰' 빌리. 챔피언에게도 물러섬 없이 승기를 잡은 메기, 하지만 상대방 선수의 반칙으로 매기는 크게 다치게 되고 얼굴 밑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얼핏 보면 밝아 보이는 그녀지만 점차 죽음이 가까워오자 그녀는 프랭키에게 일생일대의 부탁을 하게 되는데..
밀리언 달러 베이비 결말&해석&리뷰
영화 파헤치기
고심을 거듭하던 프랭키는 결국 메기의 진심과 에디의 말을 듣고 그녀를 보내주기로 한다. 프랭키는 그날 밤 메기를 찾아가고 모쿠슈라의 의미를 말해준 뒤 산소호흡기를 떼고 약물을 투여한 뒤 사라진다. 그날 이후 프랭키는 체육관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메기와 잠시 머물렀던 술집에서 프랭키의 뒷모습이 보이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이 영화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존엄사, 삶의 투쟁, 그리고 가족이다. 우선 가족에 대한 해석부터 하자면 프랭키와 메기는 모두 제대로 된 가족이 없다. 프랭키는 딸이 있지만 그녀에게 의절당하고 매번 편지를 써 보내지만 뜯어보지도 않은 채로 반송되길 몇 년째이다. 프랭키에게는 가족이란 없다.
메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녀에게 있어 가족은 그녀가 복싱장에서 흘린 피와 땀을 빨아먹고 사는 거머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녀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자 그녀의 돈을 차지하기 위해 변호사까지 데리고 올 정도로 가족도 그녀를 단순히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 정도로 취급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랭키와 매기는 만나게 된다. 트레이너와 선수라는 관계로 시작하지만 매기에게 있어서 프랭키는 죽은 아버지로, 프랭키는 메기를 딸로 인식한다. 원작 소설에서는 매기가 실제로 딸과 닮았다는 이야기까지 있으니 프랭키가 그녀를 얼마나 아꼈을지는 짐작이 된다. 모쿠슈라라는 '아끼는 나의 혈육'이라는 것이 그저 별명이나 복서에 관한 애칭이 아닌 프랭키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이 된다. 여기서 감독은 우리에게 묻는다. 피로 이어진 가족이지만 서로를 없는 것보다 못하게 살아가는 가족과 실제로는 남이지만 모쿠슈라라고 이름을 붙이며 서로에게 공감하고 아껴주며 최선을 다하는 메기와 프랭크, 과연 어느 쪽이 더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가깝겠냐는 메시지를 던진다.
다음으로 존엄사에 관한 이야기. 매기는 프랭키의 코치로 인해 정상에 올랐고 원하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루었다. 특히나 모쿠슈라라며 불러주는 프랭키라는 아버지와 비슷한 존재까지 온전히 그녀의 편이 된 것까지, 그녀는 더없이 행복한 순간을 누리었고 프랭키에게 존엄사를 부탁한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존엄사는 아픔이나 고통보다는 인간 자체의 존엄한 이성에 근거한다. 다른 작품들도 비슷하겠지만 매기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다른 환자나 불치병을 갖고 있는 모습과는 다르다. 그녀는 포기해서가 아니고 투쟁하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
이렇게 마지막 삶의 투쟁으로 이어진다. 어릴 때부터 1kg가 안되게 태어난 그녀는 삶의 시작부터 투쟁이었다. 식당에서는 남이 남긴 음식을 몰래 훔쳐먹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끝없이 투쟁한다. 죽음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한 투쟁일 뿐이다. 평생 움직이지 못하고 갇혀있는 괴로움 때문이 아닌 죽음으로 얻을 더 많은 것들을 얻기 위한 하나의 투쟁인 것이다.
프랭키도 마찬가지이다.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매주 신부에게 질문을 하며 괴롭힌다. 딸과의 소통을 위해 한주도 거르지 않고 편지를 보낸다. 무엇보다 프랭키의 투쟁심은 복싱을 가르치는 그 자체에서 나온다. 친구 에디가 눈을 잃어도 그는 복싱을 가르친다.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닌 오래도록 복싱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보호하라고 가르친다.
그에게 있어서 에디 이후의 제자들은 매기를 포함해 다치지 않으면서 오래 복싱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은 그의 욕망이자 투쟁인 것이다. 그는 하나님을 믿지만 매기를 위해 죽음을 선물하고 매일 그녀와 갔던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영화는 이토록 다양한 삶의 투쟁을 각각의 인물로 보여주는 것이다. 버림받은 데인저마저 동료에게 맞고 잠시 체육관을 떠나지만 이내 돌아와 다시 주먹을 휘두르는 것처럼.
비극적이지만 참으로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인간이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어떤 태도를 보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부터 존엄사에 관한 민감한 이야기까지 완벽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질 때도 있는 거야. 거기에 굴하지 않고 일어나야 진정한 챔피언이 되지
에디가 데인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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