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해서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영화 들어가기- 영화 헤어질 결심 중
예전부터 보려고 했던 작품인데 나의 특유의 P 성질로 눈에 들어오는 작품을 그냥 봐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미뤄지고 미뤄지다가 이제야 보게 된 작품. 보는 내내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 그리고 그걸 유지해 나가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떠오른 <헤어질 결심> 서래의 대사 무언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에는 이유가 없듯이 그 중단의 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계속 사랑한다면 다른 것을 내려놓고 그저 사랑하고 좋아할 뿐. 젊은 청춘의 세대와 그들의 다양한 사랑을 비춘 작품 <소공녀>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소공녀(Microhabitat)
멜로/한국/106분
15세 관람가
2018년 개봉
전고운 감독
시놉시스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이솜) 날이 밝고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올랐지만 그녀가 버는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포기할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그중에서 그녀는 하나를 포기한다. 바로 집.
그렇게 그녀는 살던 월세방을 나오고 자신과 함께 밴드를 했던 대학 친구들을 찾아간다. 노총각부터 이혼한 동생 그리고 부잣집 며느리와 가난한 집 며느리까지 결국 그녀가 머무를 곳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 와중에 사랑하는 남자친구 한솔(안재홍)은 돈을 벌어 함께 살 집을 산다며 사우디로 떠나고 그녀는 더 차가워지는 세상에 온전히 혼자가 되는데..
결말/해석/리뷰
영화 소공녀 파헤치기
이솜은 모든 밴드 멤버들의 집에서 나오게 되고 한솔은 떠난다. 누군가의 장례식 날 밴드 멤버들은 모두 모이지만 미소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미소를 그리워하고 서울의 한 다리 밑 텐트에 있는 누군가를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생각보다 크게 와닿는 영화이다. 20대에 봤으면 코미디라고 생각했겠지만 30줄에 다다라 결혼과 집 입주를 앞두고 바라보니 뼈가 시리도록 아픈 영화이다. 매일 술에 취해 나뒹굴고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어도 사랑했던 내 삶은 지금도 행복하지만 매일같이 강한 주변적 압박이 나를 짓누르는듯하다. 그렇기에 미소의 인생은 나에게는 꿈이면서도 지나간 과거이다.
영화의 해석도 이를 따라간다. 미소는 사랑하는 것들을 누리며 산다. 하지만 점차 해가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것들은 더욱 비싸지고 그녀는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덜 사랑하는 것들을 내려놓는다. 밴드 멤버들은 그녀의 삶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그녀가 남긴 것은 그 이름 그대로 미소이다. 잃어버렸던 꿈과 지나간 사랑했던 과거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고 웃음 짓게 만드는 사람.
한솔은 미소와 반대되는 인물이다. 너무나 같아 보였지만 결국은 다르다. 처음에는 그녀만 있으면 되는듯했던 한솔도 점차 그녀와 함께하고 싶어 지자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그녀를 떠난다. 반면에 미소는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하기 위해 집을 떠나고 사랑하는 것들을 누리며 산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영화는 이래라저래라 하는 메시지를 쥐여주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꿈과 같이 사랑하는 것들을 당장 누리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하는 것들을 내려놓는다. 다만 주변 모두를 웃음 짓게 하는 건 사랑하는 것들을 당장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 아닐까 하는 느낌이다.
쓰면서 느낀 건데 이혼한 남자와 노총각, 가난한 며느리와 부자 며느리. 4명의 반대되는 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들 모두 행복하지 않다.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는 이는 아름답게 내리는 눈에 2000원이 올랐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위스키를 마시며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미소가 아닐까(물론 무작정 미소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지)
생각보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어딘가 큰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다. 아 그리고 <소공녀>는 미국 작가가 지은 소설의 제목으로 비극적이지만 성실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제 microhabitat은 작은 거주지라는 의미로 마지막 미소가 살아가는 텐트를 의미하는 듯 보인다. 이 영화에서 <소공녀>라는 제목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을소에 빌 공을 써서 작은 것들을 원하는 소녀를 말하는 게 아닐까 한다. 나도 이 바라는 거 많은 세상에서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느껴야겠다.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미소는 우리에게 꿈을 기억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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