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이야
영화 들어가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30대의 나는 아주 컬러풀한 사람이었다. 아주 멋진 직업에 으리으리한 집과 차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만한 멋진 차. 그리고 행복한 삶. 물론 지금도 나는 행복한 삶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예전의 내가 생각했던 꿈보다는 좀 더 흑백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단순하고 반복적인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삶.
그렇기에 우연히 본 이 작품의 포스터는 내가 바로 작품을 감상하게 하는 큰 요소였던 것 같다. 내용은 나보다 좀 더 깊고 강한 흑백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되는 작품이 된 건 분명하다. 인생의 새로운 서막을 써 내려가기로 결심한 작가를 그려낸 작품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소설가 구보의 하루
드라마/한국/73분
12세 관람가
2021년 개봉
임현묵 감독
시놉시스
몇 년 전 지금은 폐간해 버린 한 문학잡지로 등단했지만 여적 제대로 된 소설 하나 내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구보(박종환). 그는 어김없이 걸려오는 안부를 핑계로 한 어머니의 성화에 바쁜 척 전화를 끊는다.
그렇게 구보는 생활비 문제로 카메라를 팔고 편집국장을 찾아가지만 잘 팔리지 않는 순수문학 말고 타인의 자서전을 써보라는 얘기만 듣고 나오게 된다. 그렇게 낮술에 취한 채 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게 되고 그녀는 다른 편집 회사 사장을 소개해 준다는 말에 그곳을 방문한다.
그러나 같이 오기로 했던 그녀는 오지 않고 상을 받은 다른 작가가 오며 구보는 그 자리를 도망치듯 벗어나 친구이자 연극을 올리는 이몽을 찾아간다. 그렇게 이몽과의 술자리에 이몽을 짝사랑하는 배우 지유가 찾아오고 잠시 흡연을 하러 밖으로 나온 사이 지유와 대화를 하고 구보는 그의 안에서 뭔가 변화하는 걸 깨닫게 되는데..
결말&해석&리뷰
소설가 구보의 하루 파헤치기
구보는 지유와 대화하며 자신이 과거에 썼던 문장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이 여태껏 너무 변화 없는 삶과 의욕 없는 채로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한잔 더 하자는 이몽의 제안을 뒤로하고 그는 새로운 내일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집으로 향하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실패한 듯 보이는 소설가 구보의 하루를 온전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생각보다 밝고 희망차다. 우울하고 극단적인 경우가 많은 독립영화들도 많은데 이 작품은 결말까지 나름의 희망으로 가득 차있다.
그럼 이제 영화의 해석으로 들어가 보면 우선 이 작품 전체가 흐르는 ‘흑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흑백은 주로 고전 영화나 과거를 의미한다. 구보는 수년 전 등단한 그 기억 하나로 여태껏 순수문학만을 추구해 온 소설가이다. 심지어 여태껏 원고지에 글을 쓰는 그야말로 과거에 묶여있는 흑백 그 자체의 인물인 것.
다른 많은 대사들도 그가 과거에 묶여있음을 보여주고 본인도 계속해서 다른 이들을 만나며 자신의 사상이 과거에 머물러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심지어 그는 이미 헤어지고 남편까지 있는 전 여자친구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유에게 자신이 썼던 문장을 들으며 과거에 얽매여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렇게 일차적으로 문을 연 그의 마음에 전 여자친구가 불렀던 곳으로 가자 아무도 없음을 본다. 그는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과거에 붙잡혀 있었음을 완전히 느끼고 누군가의 자서전을 해보겠다며 새로운 내일을 꿈꾼다.
추가적으로 구보는 항상 느릿느릿 타인과 같이 아니면 타인보다 느리게 움직인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대비한 듯 차들은 쌩쌩 지나가며 그와 대비시킨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구보의 옆으로 뛰어가는 여자를 대비시키며 그의 멈춰있고 뒤처진 세상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생각보다 밝은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고 무엇보다 구보를 통해 보여주는 희망을 7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준 것이 더 좋다. 별것도 없는 주제로 2시간 넘게 질질 끄는 영화들도 많은데(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재밌지는 않다) 최대한 축약해서 보여주려는 노력이 있는 작품. 하지만 굳이 찾아볼 만큼 좋은 작품은 아닌듯하다. 재미도 부족하고 단순한 메시지에 기대할 만한 게 많지 않은 작품.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면 그 익숙함을 지우려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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