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불행한 일들과
그들이 잊혀지는 것에대한 무기이다
영화 들어가기- 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명언
윤바의 영화 공작소라는 걸 네이버에 직접 치고 들어오시는 몇몇(정말로 몇몇이다) 분들에게는 내가 아주 게으른 리뷰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물론 85퍼센트 정도는 아주 맞는 말이라 죄송하기도 하지만 15퍼센트의 이야기를 하자면 생각보다 리뷰하고 싶은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줄거리를 리뷰하거나 그냥 느낀 점 정도를 리뷰하는 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튼 그래도 오늘은 이것저것 말할게 많은 작품을 가져왔다. 그냥 외계인이 인간을 잡아먹고 그걸 찍으려는 흑인 남매의 단순한 이야기 속에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담아냈기에 이 작품을 선정해서 가져왔다. 인종차별과 우리가 보는 미디어를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 <놉>을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놉(NOPE)
미스터리/미국/130분
12세 관람가
2022년 개봉
조던 필 감독
시놉시스
할리우드에 말을 파기 위한 목장을 하는 OJ와 그의 아버지,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 물건들이 떨어져 아버지가 맞게 되고 결국 죽는다. 이 일로 거래하던 업체들과도 어느 정도 관계가 없어지고 일도 신통치 않아서 목장을 유지하기 위해 왕년의 아역스타 주프에게 말을 팔게 된다. 거기에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말괄량이 백수 여동생 에메랄드까지 나타나 OJ는 힘들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말 한 마리가 사라지게 되고 OJ는 말을 쫓아가다 기이한 물체를 보게 된다. 결국 OJ와 에메랄드는 이 일로 미확인 비행물체 일명 UFO를 찍어 돈과 명예를 얻기로 하고 CCTV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던 UFO는 점차 본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은 이제 찍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 살기 위해 찍어야 하는 위기에 처하는데..
결말&해석&리뷰
결국 OJ와 에메랄드는 광고 감독까지 섭외해 외계 생물을 찍으려 한다. 하지만 감독이 놀라운 광경에 정신이 나가 더 찍으려 외계 생물에게 죽고 둘은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주프의 테마파크로 도망친 에메랄드는 괴물을 찍는데 성공하고 주프의 아역 모습을 만들어놓은 커다란 공기인형을 외계 생물이 먹게 한다. 이내 공기인형이 터지며 괴물을 잡는데 성공하고 말을 타고 온 OJ를 바라보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영화의 내용은 위에서 축약한 것처럼 외계 생물을 찍기 위한 고군분투로 아주 간단히 표현할 수 있지만 영화의 해석은 더욱 깊고 넓게 파고들어야 이해할 수 있다. 다른 분들도 여러 해석을 하셨는데 나는 그중에서 특히 미디어와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이 되었다.
우선 미디어에 관한 해석이다. 카메라라고 해도 좋고 영화, 광고, 그 어떠한 자극적인 매체라고도 볼 수 있다. 현대사회만 보더라도 더 자극적인 것을 취재해 자신의 SNS에 올리면 돈을 벌 수 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OJ와 에메랄드는 외계 생물을 찍어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건다. 하지만 찍으면 찍으려 할수록 그들은 죽음에 가까워진다. 미디어에 가까이 갈수록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구디‘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것도 미디어와 관련해 보면 침팬지 구디를 미디어라고 가정하면 인간들은 이 미디어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언제든 유튜브를 그만두고 핸드폰을 안 할 수 있어“라는 말처럼 인간은 쉽게 벗어날 수 있고 미디어를 자신의 통제하에 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결국은 누나 역을 맡았던 아역은 얼굴이 완전히 망가진 채로 주프의 쇼에 등장하고 주프는 간신히 살아남지만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었던 외계 생물에게 잡아먹힌다.
침팬지가 주프를 죽이지 않은 건 어떤 우연 같은 것이며 이로 인해 주프는 외계 생물에게 말을 지속적으로 주면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결국은 미디어로 대변되는 외계 생물에게 먹히게 된다. 더욱 재밌는 것은 외계 생물의 특성이다. 바로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쳐다보지 말아야 하는 것. 가까이 있거나 해도 같이 빨려 들어갈 수 있으니 멀리 있어야 하는 것. 이렇게 미디어로 표현되는 외계 생물은 가까이 있어서도 안되고 쳐다봐서는 더더욱 안되는 존재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서는 외계인이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UFO 형태나 변형한 형태나 모두 카메라 렌즈같이 되어있다. 어둡고 검은 동그라미 또는 네모. 이렇게 보면 외계 생물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신을 찍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OJ와 에메랄드가 자신이 찍어야(먹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결국 미디어는 서로 찍고 찍히는 관계라는 것. 그리고 첨언하자면 out yonder, 즉 세상 밖 먼 곳은 미디어를 의미하는듯하다.
마지막 미디어적 해석에는 괴물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 어릴 적의 영광에 빠져사는 주프는 그 아역과 관련되어 테마파크를 열기까지 한다. 거기에 풍선인형마저 자신의 아역. 그리고 에메랄드가 이 인형을 묶여있던 사슬을 풀어내고 공중으로 띄운다. 이것은 과거의 아역스타라는 미디어에서 벗어나 해방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 해방은 곧 다른 미디어로 보이는 외계 생물에게 죽음을 선사한다. 즉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디어에서 벗어나야 함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해석할게 많은 영화라 말이 길어지는데 이제 인종차별과 관련해서 짧게 해석해 보면 조던 필 감독은 <어스>,<겟 아웃>등에서 이미 인종차별과 관련된 것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영화를 처음 만들게 된 시초는 흑인이다(이건 현실에서 가져온 것) 말을 탄 기수의 사진의 연속을 보여준 것인데 OJ와 에메랄드 외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건 좀 오버일 수 있겠지만 외계인의 모습을 보면 하얗다. 결국은 강력한 힘을 가진 외계 생물(백인)이 흑인을(제프는 동양인) 죽이려 하고 흑인은 외계 생물을 공격할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바로 대응, 그것은 영화 내내 나오는 카메라로 외계 생물을 찍는 것. 즉 문명의 발달로 생긴 카메라는 고통 속에 살았던 흑인들에게 나타난 하나의 대응체계이다. 중간에 주프의 자식들이 하얀색 외계인 가면을 쓰고 OJ를 밤에 괴롭히려 하자 주프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무기를 드는 대신 카메라를 꺼내 그들을 찍으려 한다. 이 영화가 나타내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듯하다.
그리고 뭐 기타로 해석해 보면 제목 <놉>의 의미는 위의 두 가지에 대한 단호한 거절이라고 볼 수 있을듯하다. 미디어에 대한 단호한 거절과 인종차별에 대한 단호한 거절. 어쩌면 그게 이 영화가 나타내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NOPE!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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