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영화 들어가기- 마태복음 7:21
다시금 불붙은(매우 미약하지만) 블로그 글쓰기, 우연히 본 영화 2개가 겹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얼마 전 리뷰한 <걸리>라는 영화와 오늘 본 <세 자매> 모두 어릴 적 폭력에 노출된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 가는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우리에게 그 아픔을 전달해 준다. <걸리>가 매운맛 버전이라면 이 작품은 순한 맛이 되겠으나 그건 겉으로 보이는 폭력의 강도에 의해서 그런 것뿐 실제 그들의 내부는 매운맛 그 이상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닫는건 타인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은 말이 칼이 되어 사람을 찌르고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언제나 무섭다. 워낙에 말을 잘 비꼬면서 말하는 게 특기라 더욱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릴 적 세 자매에게 일어난 일이 그녀들의 삶을 어떻게 이끄는지 보여주는 작품 <세자매>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세자매(Three sisters)
드라마/한국/115분
15세 관람가
2021년 개봉
이승원 감독
영화 세자매 시놉시스
완벽이 인생에 모토이며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는 둘째 ‘미연’(문소리) 모든 일에서 잘못한 게 없어도 항상 내가 미안하다고 하며 자신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는 소심한 첫째 ‘희숙’(김선영) 매일 술에 취해 둘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은 쓰레기라며 관심을 요구하는 집안의 문제아, 골칫덩어리 셋째 ‘미옥’(장윤주)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듯한 그들은 계속해서 엇나가기만 하고 각자는 더욱 깊은 어둠으로 깊어져간다.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위기에 놓인 둘째, 암에 걸렸으나 남편은 돈만 가져가고 자식은 남자에 미쳐서 말을 안 듣는 첫째, 새엄마인 자신을 돌+아이라고 저장해 놓고 학부모 상담에 낳아준 엄마를 찾는 아들 성준에게 엄마가 되고 싶으나 술에 취해 학교에서 깽판을 치는 셋째까지 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모인 세 자매는 감추어진 그날의 기억들로 인해 결국 폭발하고 마는데..
영화 세자매 결말&해석&리뷰
미연이 거금을 들여 모인 아버지의 생신 모임에서 진섭이 나타나 오줌을 뿌리며 파국을 맞는다. 세자매는 아버지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희숙의 암을 그녀의 딸이 말하고 아버지는 창문에 이마가 터지도록 머리를 박으며 사건은 일단락된다. 이후 진섭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모인 세자매는 차를 타고 바다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사진을 찍으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평생 폭력에 노출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는 영화이다. 깊은 해석에 앞서 영화의 메시지를 풀이해 보면 가정폭력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만들고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그 위로와 치유도 아이러니하게 가족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잘못은 없어지지 않으니 그 과거를 항시 기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서로를 이끌어야 함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해 보면 우선 세 자매의 문제는 모두 부모에게로부터 나온다. 마지막 장면 아버지가 머리를 박으며 자해하는 장면은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어느 정도 그 아버지도 자신의 죄를 알고 있음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정확히 드러나진 않지만 그런 아버지를 감싸는 어머니의 모습은 희숙에게 투영된다. 그렇게 희숙은 모든 가족의 문제와 자신의 문제가 자신의 탓이 되며 가족을 감싸려 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심적 고통들은 자신에 대한 자해로 드러나게 된다.
미연의 기독교에 대한 집착도 그렇다. 직접적인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그녀가 본 폭력들에 대한 해답은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었지만 이웃 주민들마저 견디고 참고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들에게 아버지에게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 말하라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진짜 아버지는 하나님뿐이었으며 세 자매가 어린 시절 당했던 폭력의 해답을 계속해서 묻고 해답을 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게 겉으로만 강렬한 신앙은 남편의 불륜을 통해 밖으로 비치게 된다. 아이를 방에 가두고 무릎을 꿇게 하거나 불륜상대의 얼굴을 밟아버리고 남편에게 강렬한 욕을 남긴다. 그녀 안에 내재된 폭력성이 외적으로는 감싸져 있지만 결국 드러나게 된다. 그녀에게 기독교는 자신을 감추는 이불이며 고통스러운 과거에 대한 강렬한 해소의 욕구로 보인다.
마지막 미옥은 아버지의 술에 관한 것과 폭력성을 닮게 된다. 그녀는 항시 술에 취해있으며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변의 타인들을 힘들게 한다. 그리고 분명히 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그녀는 엄마가 되는 법을 전혀 모른다. 그녀에게 어머니의 역할이란 그저 밥을 같이 먹는 것 정도가 최선이자 끝이라 생각하는 정도. 그렇기에 그녀는 남편과 자식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식탁을 차려 밥을 먹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대비되는 인물이나 소재를 넣어 더욱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심한 희숙에게는 할아버지에게 욕을 날리며 사과하라고 말할 수 있는 딸 보미가. 그리고 폭력적인 미옥에게는 누구보다도 천사 같은 남편 상준이 있다. 미연만 누군가를 붙여주지 않은 건 온전한 폭력의 당사자는 아니면서도 그 중간에서 함께 고통을 겪은 피해자인 동시에 관찰자이기에 그녀 자체를 온전히 보여주고자 했었던 듯하다.
여기까지는 가정폭력의 이어 짐이고 그 폭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정으로 인해서 위안받는다는 것이다. 보미는 희숙이 암에 걸렸다고 말하며 당당히 사과를 요구해 주고 자매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미연도 자매들과 함께 나누며 위안받고 미옥은 어머니 같은 미연에게 의지하고 남편에게 보살핌을 받는다.
특히나 마지막장면 세 명이서 함께 사진을 찍으며 웃고 앞으로도 같이 찍자는 것은 고통의 피해자였던 그들만이 온전히 서로를 이해해 주고 위로해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겪어보지 못한 고통은 서로 이해하기 어렵기에 피해자들의 연대도 중요함을 말한다.
나쁜 말일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태원참사도 매우 가슴 아픈 일이고 슬픈 것은 사실이나 몇몇 정치적인 목적으로 보이는 부모들이 나와 자식을 살려내라고 하거나 진상을 철저히 파헤치라고 하면서 대통령 욕을 하는 건 그들의 일이어서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타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주변의 가족들과 같은 아픔을 공유한 사람들과 먼저 나눠야 하지 않을까.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언젠가는 나도 타인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목사님한테 말고 우리한테 사과하세요
사과조차도 요구해야 하는 피해자들의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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