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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나이가 서른이 되고 내년까지 이런저런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을 동시에 하는 상황에 가끔씩 나의 회사를 돌아보면 이게 잘 돌아가는 건지 내 인생이 여기서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수 있는 건지 작은 의문에 빠지곤 한다. 대기업을 가기에는 애매하고 여기에 있자니 알 수 없는 막막함에 무언가를 더 해야 하나 이런저런 일들을 뒤적이곤 한다. 거기서 아주 작은 게 바로 이 네이버 블로그.
사실 대기업을 다니던 어디 스타트업에 있건 미래를 걱정하는건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인 상황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고개 들어 미래를 바라보는 게 겁날 때가 있다. 그러다 찾아보게 된 이 작품. 나보다 더 막막한 상황에 처한 이를 보며 자연스레 그녀를 응원하면서 동시에 힘을 얻었다. 40에 실업자가 된 그녀의 이야기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찬실이는 복도 많지(LUCKY CHAN-SIL)
드라마/한국/96분
전체 관람가
2020년 개봉
감독:김초희
주연: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줄거리
40의 나이에 오로지 한 감독만을 따르며 살아온 PD 찬실, 새로운 영화에 들어가며 들떠있던 그녀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감독의 죽음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겨우겨우 이사한 곳의 할머니는 어딘가 날카로워 보이고 일할곳이 없어 친한 여배우 소피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한다.
더없이 참담한 상황. 심지어는 일도 끊기고 집에서는 한겨울에 러닝셔츠를 입고 다니는 자신이 장국영이라는 이상한 귀신까지 나온다. 심지어 그 와중에 소피의 집에서 마주친 불어선생이자 영화감독 김영에게 반해버리고 냅다 고백까지 갈기게 된다. 40의 나이에 모든 게 없어져버린 듯 바뀌어버린 삶에서 찬실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인가.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게 문제죠
자칭 장국영이라는 귀신
결말&해석&리뷰
김영에게 차이고 영화를 포기하려던 찬실은 주인집 할머니를 돕기 위해 시 쓰는 것을 도와주던 와중에 할머니가 쓴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와 영화를 처음 시작하게 된 그때를 떠올리게 하며 위로해 준 장국영 귀신덕에 그녀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 소피와 김영, 그리고 자신과 함께하던 스태프들이 방문하고 찬실은 전구를 사러 다 함께 산을 내려가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이 영화는 김초희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영화를 그만두려던 찰나에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한 은인이 바로 윤여정 배우님이었던 것. 찬실이는 김초희 감독의 과거이며 위로의 아이콘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해서 해석이 더 잘되는데 우선 제목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마흔에 일자리를 잃게 된 찬실이는 재수가 옴 붙은 것 같지만 그녀의 주위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면 제목 그대로 복이 많음을 느끼게 한다. 누구보다 그녀의 마음을 온전히 위로해 주는 장국영귀신과 자신을 차버렸지만 그럼에도 따듯한 김영, 열정이 넘치는 삶을 살며 자신을 먹고살게 해주는 소피, 그리고 따뜻한 주인집할머니까지. 아마 감독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려 이 작품을 만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인공 찬실은 방황하는 모든 이들을 담은 캐릭터이다. 오로지 영화에 대한 감동과 열정만으로 흔들림 없이 일해왔지만 모시던 감독이 죽고 더 이상 영화를 할 수 없게 되자 길을 잃은 것처럼 방황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길을 찾는다. 자신의 과거부터 이어져 온 영화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그녀에게 길을 알려준 것.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
집주인 할머니가
장국영 귀신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나온다. 장국영 귀신은 귀신이라기보다는 그녀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남긴 열정으로 보인다. 영화를 그만두려 했을 때 울고 있던 장국영과 그녀가 다시 영화를 시작하려 하자 아코디언을 가져다주며 그 확실한 마음을 보고는 그제야 그는 사라진다.
소피는 찬실의 인생에 반대되는 캐릭터이다. 일이 많고 어떤 일이던지 쉬지 않고 하며 젊고 야심차다. 보통 이런 캐릭터들은 주인공과 대립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는 찬실에게 힘을 줌과 동시에 걸어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김영은 영화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는 매개체이다. 일시적인 유혹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싶은 캐릭터이다. 이 작품의 좋은 점은 악인이 나와 갈등을 일으키며 길을 제시하기보다는 선한 캐릭터들이 뜻하지 않게 찬실의 길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고민 중에 끼어든 김영은 찬실이 더 큰 시련에 빠져 영화를 그만두게 만들지만 큰 시련가운데 집주인 할머니의 시로 회복하게 만든다. 힘이 크면 반대로 가해지는 힘도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캐릭터.
집주인 할머니는 뭐 말할 것도 없이 그녀에게 있어 위로의 존재다. 그리고 결말에 보면 전구를 사러 가는 찬실을 볼 수 있는데 전구는 빛이다. 그리고 찬실만 사러 보내는 것이 아닌 다 함께 산길을 작은 손전등 빛에 의지해 내려간다. 이는 찬실이 그들을 통해 작은 빛을 얻었고 그 빛을 이용해 그들과 자신의 앞을 비추며 더 큰 빛인 전구(미래)를 구해올 것임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할 말은 많지만 리뷰로 넘어가면 소름 돋는 연기나 스토리, 대단한 배우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먹어가는 불안한 미래를 바라보는 모두의 삶에 잠시나마 긍정적인 웃음을 보일 수 있게 해주는 따듯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사람도 꽃처럼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할머니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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