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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추석을 지나고 돌아오는 길에 3시간 거리의 버스 시간을 뭐로 채울까 하다 고르게 된 작품, 최근에 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박정민 배우가 나오기에 더욱 끌렸던 점이 있었다. 이런저런 독립영화를 워낙에 좋아하기도 해서 바로 골라버렸는데 독립영화 치고 상당히 흥행한 작품이라고 한다. 독립영화는 상영관 개수도 매우 적고 홍보도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지 1만 명 정도면 상당히 인기 몰이를 한 것이라 하는데 이 작품은 2만이 넘는 관객들이 봤다. 대략 블록버스터 영화로 보면 200만이 넘는 느낌.
아무튼 벌써 12년이 지난 작품인데 박정민 배우와 이제훈 배우의 초창기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고 스토리부터 결말까지 상당한 작품으로 느껴졌다. 남중을 나오고 고등학교는 이과라 남자만 있는 반에서 생활한 만큼 마음으로 와닿는 작품이었다. 사실적인 남자들의 학교생활과 그 안에서 비춰지는 인간 마지막의 그 무언가에 대한 작품 <파수꾼>을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파수꾼(Bleak Night)
드라마/한국/117분
15세 관람가
2011년 개봉
감독:윤성현
주연:이제훈, 박정민, 서준영, 조성하
줄거리
이제 막 고3진학을 앞둔 어느 날 하나뿐인 아들 기태가 죽는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소년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공백에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뒤늦은 죄책감과 무력함에,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뒤쫓기 시작한다. 아들의 책상 서랍 안,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던 사진 속에는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이 있다.
하지만 학교를 찾아가 겨우 알아낸 사실은 한 아이는 전학을 갔고 한 아이는 장례식장에 오지도 않았다는 것. 뭔가 이상하다. 그러던 중, 간신히 찾아낸 희준은 ‘기태와 제일 친했던 것은 동윤’이라고 말하며 자세한 대답을 회피한다. 결국 아버지의 부탁으로 동윤을 찾아 나선 희준. 하지만, 학교를 자퇴하고 떠나버린 친구는 어디에도 없다.
추운 겨울날 집 앞에서 마냥 기다리던 중 결국 동윤이 집으로 오고 둘은 어색한 재회를 한다. 희준은 기태의 아버지가 왔었다며 피하지 말고 모든 것을 온전히 말해주기를 요구한다. 동윤은 대답이 없고 희준은 떠나며 전학간지 얼마 후 자신을 찾아와 기태가 주었던 야구공을 동윤에게 건넨다. 동윤은 마침내 전화를 켜고 기태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과연 우정으로 맺어진 친구 3명의 비극을 만들어낸 사건을 무엇이었을까…
결말&해석
기태는 희준이 떠나고 더욱 삐뚤어지고 그러던 중 동윤을 찾아와 지금 만나는 세정과의 관계를 묻는다. 그리고 얼마 후 동윤에게 세정에게 안 좋은 소문이 있음을 말하고 동윤은 알고 있다 한다. 그날 어딘가 이상하게 행동하는 세정을 그냥 집에 돌려보낸 동윤은 세정이 자해를 했음을 알게 되고 기태가 세정을 만났음을 의심하고 기태를 찾아가 싸운다.
자신을 도와주려던 친구들을 모두 밀어내고 동윤의 편을 든 기태, 그러나 동윤은 이미 기태에게 큰 상처를 받고 기태는 얼마 후 다시 동윤을 찾아가지만 그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그리고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시점은 동윤의 과거로 돌아와 기태와 함께 폐기차역에 있고 야구이야기를 하던 기태가 자신이 최고냐며 계속해서 묻자 동윤은 그가 최고라고 말하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사람과 사람은 모두 다르지만 동일한 위치에 서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머릿속에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각자 서로를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누며 살고 있다. 어쩌면 그 계급이 가장 상관없이 진짜 서로를 바라보고 아낄 수 있는 게 어릴 적 친구들이 아닐까. 그러나 그 어릴 적에도 인간은 스스로 서로의 위치를 만들어내고 우정이 바탕이 되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계급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이 비극의 시작인 것.
대사를 들어보면 동윤은 어릴 적 무시받던 기태를 도와주고 친구가 된다. 그러나 무시받던 기태는 점점 학교의 중심이 되어가고 주변의 관심과 자신의 위치에 대한 쾌락을 얻는다. 그리고 점차 그것이 강해져 점차 겉으로 표출되어 간다. 그러나 이 작품의 제목 <파수꾼>처럼 기태가 결코 넘지 못하는 마지막 선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동윤.
누군가 기태가 이 작품에서 악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는 희준에게 야구공을 건넨 장면과 영화의 설명에서 살짝 보면 결국 세정에게 얘기를 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는 그저 힘겨운 가정상황에서 살짝 어긋난 아이였지 결코 악하지 않았음이다. 그는 희준이 좋아하는 보경이 자신에게 고백하자 희준을 위해 거절한다. 그는 단순히 잘못된 방향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마음속의 어두움을 가지고 있었을 뿐.
그리고 그 어두움이 그를 잠식하지 못하게 막는 건 아버지도, 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는 일진 무리들이 아닌 바로 동윤이다. 동윤은 기태에게 네가 없었어야 했다고 말하지만 그도 그것이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희준과 셋이 함께였던 그날 기태와 나눈 대화를 다시 회상하며 자신이 실언했음을 느낀다. 동윤 그 스스로는 기태의 진정한 친구였으며 동시에 그 어떤 것도 지켜줄 수 없던 기태를 유일하게 지킬 수 있었던 <파수꾼>이었음을.
어릴 적에는 감정에 치우쳐 실수하는 경우가 지금보다 많다. 희준의 전학, 기태의 폭력처럼 어긋난 경우로 표출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이 영화는 그것이 나쁘다 좋다를 나누지 않고 그저 보여준다. 왜냐하면 누구나 하는 실수이기에.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하고 있다. 누구나 각자 마음속 어딘가에는 절대 넘어설 수 없고 잃어버리거나 없어지면 안 되는무언가를 품고 살아간다는 것.
영화 전체적인 리뷰로 돌아오면 너무나 뛰어난 배우들이 등장했다. 이제훈 배우도 이 작품 이후에 <건축학 개론>을 통해 유명해졌고 박정민 배우도 완전 신인이었을 때다(그래도 여전히 짜증이 난 저 리얼한 표정은 완성형이었다) 당시에도 성숙한 배우들만큼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것이 관람포인트이고 남자라면 중, 고등학교를 떠올리며 영화에 더욱 집중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잡을 있다.
분명히 어두운 작품이고 우정이 깨진 친구들의 이야기이지만 다 보고 나면 괜스레 친한 친구들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나도 어릴 적 어두움이 있었지만 지나고 지금 돌아보면 그래도 남아있는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반대로 그 어두움에 먹혀버리고만 기태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며 가슴 아픈 영화를 한번 더 느낄 수 있게 된다.
좋은 배우들과 지루함 없는 스토리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비추는 독특하면서도 안정된 연출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며 지금의 20-30대 남자들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좋은 작품.
너까지 나한테 이러면 안 돼..
기태가 동윤에게.. 그는 마음속말을 온전히 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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