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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가끔 주변 지인들에게 블로그를 하고 영화를 본다고 하면 어떤 영화를 많이 보는지 묻는다. 개인적인 취향도 있고 명작들을 워낙 좋아해서 내 나이쯤 되거나 아주 유명한 밥집처럼 최소 15년에서 20년 이상 묵은 영화들의 감성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인은 그게 재밌냐라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말하면 개인 취향이고 이렇게 보는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액션이 거의 없는 이야기를 풀어놓은 형태여서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음을 공감한다.
그런데 이런 작품은 다르다. 요즘 매우 영화 보기가 귀찮아서 2시간이 안 되는 웬만하면 1시간 30분짜리 영화를 찾아서 보려고 하는데 생각보다는 끌리는 작품들이 많이 없어서 2시간이 넘는 이 영화를 보게 됐다. 2시간이 1시간 정도로 줄어든 느낌이 들 만큼 재밌었고 느낌도 있었다. 특히나 쓸 말이 많은 영화라 보면서도 더욱 즐거웠다. 이래서 20년 된 영화를 본다고 주장할 수 있을만한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
드라마/미국/127분
청소년 관람불가
2000년 개봉
시놉시스
간략한 줄거리
-포기하고 갇히며 느낀 거짓 자유들
1960년대를 살아가는 수잔나 케이슨, 그녀는 어느 날 다량의 수면제와 두통약을 입에 다 털어 넣고 응급실에 실려간다. 간신히 살아남은 수잔나, 그러나 이 일로 그녀는 자살미수로 판정받고 정신과 상담 후 부모님의 강제 아닌 강제로 인해 클레이 무어라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멀쩡해 보이면서도 이상한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첫날 리사라는 환자가 도망쳤다가 잡혀 들어오고 소란을 겪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수잔나는 몸에 스스로 불을 붙인 폴리, 아버지 얘기를 하며 치킨이 아니면 밥도 안 먹는 아버지 얘기만 하는 데이지, 허언이 일상인 조지나 그리고 어딘가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는 리사와 함께 정신병원에 적응해 간다. 수잔나는 그곳에서 밤에 비밀스러운 공간에 가서 그녀들과 더 올려보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와서 만난 불륜남의 부인과 그 딸을 만나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극복해 낸다. 그렇게 심적인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한 그녀, 하지만 폴리를 도와주기 위해 행했던 일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다른 병동으로 갔던 리사와 함께 도망쳐 먼저 나간 데이지의 집을 찾아간다.
데이지는 얼핏 보면 독립된 공간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듯 보였지만 아버지에 의해 강제적인 성폭력을 당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해로 팔에 온갖 상처가 생겨있었다. 수잔나는 그녀를 위로하려 하지만 리사는 오히려 독한 말로 데이지를 공격하고 데이지는 충격을 받은 듯 다음날 보자며 2층에 있는 침실로 올라간다. 그리고 다음날 수잔나는 마을을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와 데이지를 찾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명대사
내 맘대로 떠들기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수잔나가 올라가 확인해 보니 데이지는 손목을 긋고 그것마저 안되자 욕실에서 목을 매어 생을 마친 것을 본다. 충격에 빠져 재빨리 구급차를 부르지만 리사는 그 와중에 죽은 데이지의 옷에서 돈을 훔쳐 달아난다. 엄청난 충격을 안고 다시 정신병원으로 돌아온 수잔나는 하루하루 다시 시간을 보내고 어느 날 찾아온 간호사 발레리와 대화하며 병을 치료할 힘과 용기를 얻는다.
그러나 다시 잡혀서 돌아온 리사는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 비밀공간에서 친구들에게 그 안에 있는 내용을 말하며 수잔나를 괴롭힌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수잔나는 리사에게 자신의 생각을 소리치고 그녀가 이미 죽은 사람과 다름없다 말한다. 충격을 받은 리사는 쓰러지고 수잔나는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침내 병을 어느 정도 치료하고 떠나는 날, 수잔나는 리사와 모든 친구들의 오해를 풀고 정신병원에서 나가 처음 들어오던 날 자신을 태워다 준 택시 기사를 만나 클레이 무어를 떠나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어리고 여린 아이들의 성장기를 통해 자유란 무엇이고 어떻게 얻어 가는가를 보여준 영화이다. 특히나 이 영화는 수잔나라는 정신병이 있다고 하지만 거의 문제가 없어 보이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전면에 세우고 정신병이나 성장보다는 심리적 자유, 즉 내면적 성숙을 보여주고 있다.
넌 게으르고 제멋대로인 스스로를 미치게 하는 어린애일 뿐이야. 인생을 낭비하는 망나니이기도 하고
발레리가 수잔나에게
이 대사를 보면 수잔나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영화 자체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녀는 어렸을 적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아직도 그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죽이려 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강압적이다.
여기서 첫 번째 그녀가 얻으려 했던 자유가 나온다. 바로 죽음, 계속해서 아니라고 두통이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약을 한 통 다 먹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힘겨운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를 찾기 위해서 죽음을 택한 것이다.
두통 때문이었어요!
모두가 아는 뻔한 거짓말
하지만 그녀는 죽음이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습게도 같이 살았지만 혼자 자유로운 공간에서 머물고 자유로운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느낀 데이지의 죽음에서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데이지의 죽음은 진짜 자유란 것은 행동이나 제약의 자유가 아닌 정신적인 자유란 것을 보여준다. 결국 수잔나는 자신이 택하려 했던 죽음이란 자유가 결국은 자유를 얻지 못해 선택한 최악의 방법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리사와 친구들을 통한 자유이다. 부모마저도 자신을 그저 전화로만 만나고 찾아와서 상담받을 때도 체면을 차리기 위해 그녀의 퇴원을 묻는다. 수잔나는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으나 그것을 위로해 줄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그 방법이라고 해봐야 결국 유부남과의 불륜이나 처음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져 관계를 맺는 게 전부이다. 그러나 수잔나는 정신병원에서 리사와 가까워지며 처음으로 관계에서 오는 자유를 맛본다.
난 그저 이 혼란이 멈추기를 바랐을 뿐이에요
의시와 대화 중
그러나 그 관계는 닫힌 공간에서 오는 그저 작은 연대감일 뿐이다. 밖에서와는 다르게 자신을 이해하고 그 자체로 받아주는 리사와 친구들 안에서 그녀는 행복했지만 폴리를 위로해 주기 위한 노래를 부르고 이로 인해 리사와 떨어지게 되면서 일시적인 위로였음을 느낀다. 그렇기에 리사가 찾아와 떠나자고 했을 때 안정된 공간을 거리낌 없이 나오게 된 것. 물론 그것도 데이지의 안 좋은 선택으로 다시금 깨닫는다
이제 영화의 마지막으로 가보면 수잔나는 진정한 자유에 대해 어렴풋이 깨닫는다. 윅 박사와의 대화부터 발레리와의 진심 어린 눈물의 대화에서 그녀는 자신이 인생을 낭비하고 있고 문제들에 대해서 맞서기보다는 두려워하고 도망치려 하고 있음을 바라보게 된다.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데이지의 죽음과 상담을 통해 직시하게 되는 것이다.
넌 다 이해하고 있어. 방금 아주 명료하게 말했잖아. 네가 해야 할 일은 그걸 글로 쓰는 거야
노트에 모든 짐을 넘겨 버리렴, 그리고 넌 너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거야. 다시는 괴롭지 않게 말이야
발레리의 조언
그리고 정신병원을 나가기 전날 그녀는 자신이 느낀 자유가 무엇인지 리사와 친구들과의 폭력적인 상황에서 깨닫게 된다.
수잔나는 리사가 괴롭히며 쫓아오자 다시금 도망을 택한다. 일전에 자신의 문제를 죽음이나 구속을 푸는 방식으로 외부에서 찾았던 것이 다시금 그녀에게 보인다. 그러나 막다른 길에 몰려 더 이상 벗어 날 수 없을 때 수잔나는 리사에게 맞서기 시작한다.
넌 이미 죽었거든
네 심장은 얼어붙었어!
그래서 여기로 계속 돌아오는 거잖아
넌 자유롭지 않아
넌 이곳에서만 살아 있다는 걸 느끼잖아
수잔나가 리사에게
리사도 수잔나도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맞서고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을 뿐 리사도 강인해 보였지만 결국은 시설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살고 또 탈출하며 느끼는 자유를 계속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나 수잔나는 알게 된다. 무언가에 기댄 채로 살아가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죽음에 기대거나 친구나 외부 상황에 기대어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돌보며 스스로 설 수 있을 때야말로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그렇게 모두에게 알려주고 수잔나는 떠난다. 결말 부분에서 택시 기사를 만나 다시금 처음과 반대로 떠나간다. 처음에는 누군가에 의해 그곳으로 오게 되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녀는 이제 스스로 자립할 것이고 자신만의 온전한 잣대로 세상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나에 대한 최종 진단은 경계 회복이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직도 모른다
정말 미쳤던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혹은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걸지도..
미쳤다는 건 의지가 없다거나
어두운 비밀을 숨기는 게 아니다
당신이나 나도, 미친 사람일 수 있다
마지막 대사
어찌 보면 누구나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이 사회에서 다시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돈이나 명예 그리고 권력에 기대어 그것이 풍부할 때 자유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행동이나 제약에 제한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자유이고 그 자유가 행복을 불러오는지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사고 싶은 것을 마구 산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시간에는 일에 치여서 어떤 여유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짜 자유일까.
괜찮아, 잘 들어
여긴 종착지가 아니야
여기에 닻을 내리려고 하지 마라
벨라리의 대사
그렇다고 칼퇴하고 아니면 일을 끝내고 그저 편하게 쉬는 것이 자유일까. 누구도 완벽한 기준을 댈 수 없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누구나 무엇에 의한 자유는 결국 당신의 행복을 만들어줄 진정한 자유가 아니란 것을.
모르겠어요
미안하고.. 데이지 상황을 잘 몰랐지만
죽고 싶은 심정은 잘 안다고요
웃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어울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안에 있는 무언가를 죽이기 위해서
외부의 자신을 자학하는 게 어떤 건지 안다고요
데이지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는 수잔나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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