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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그녀의 조각들 리뷰 결말 해석 아이와 사과 그리고 아픔의 극복

by YB+ 2024.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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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어느덧 500개가 넘는 포스팅을 했다. 그중에서도 영화글은 400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꾸준히 포스팅을 한 것은 거의 1년이 되어간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략 20년간 영화를 좋아해서 이것저것 많이 봐왔다. 그중에는 거의 보지 않는 공포영화부터 좋아하는 좀비영화나 음악영화까지 정말 다양한 영화를 봐왔지만 그 어떤 영화도 이 영화만큼 강렬한 고통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누군가 톨스토이에게 여섯단어로 가장 슬픈 소설을 써보라 했고 톨스토이는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라고 썼다고 한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아이의 신발, 그리고 그 신발을 팔아야 하는 가난함까지 그야말로 가장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은 부모가 아니 야서 그 슬픔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그 슬픔의 아픔을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알려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고통을 보여준 영화 <그녀의 조각들>을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그녀의 조각들(Piece of a Women)

드라마/미국/126분

청소년 관람불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놉시스

간략한 줄거리

 

-엄마와 아이의 조각들

곧 낳을 아이를 기다리며 행복한 상상과 준비를 하는 부부, 그러나 예정시기보다 더 빠른 날짜에 마사가 진통을 시작하고 양수도 터진다. 집에서 아이를 낳기로 한 마사는 남편 숀에게 어서 조산사를 불러달라 한다. 하지만 조산사는 이미 다른 아이의 출산을 돕고 있었고 급하게 다른 조산사인 에바를 마사의 집으로 보낸다.

에바는 금세 그녀의 집으로 오고 아이를 낳을 준비를 도와준다. 마사는 처음 겪는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에바와 숀의 노력으로 아이를 품에 안는다. 중간에 심장박동에 이상이 있어 큰 위기를 겪고 나온 천사 같은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순간 갑자기 아이가 숨을 쉬지 않고 결국 아이는 죽게 된다. 가족과 숀에 의해 조산사는 고소당하고 법정 싸움으로 넘어가지만 마사에게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아직도 몸과 마음에 남아있는 아이의 흔적이 그녀와 주변 모든 것을 조각내기 시작하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내 맘대로 떠들기

-아물지 않는 상처

마사는 아이의 시체를 기증한 일로 남편 숀과 멀어지고 숀은 결국 그녀를 떠난다. 가족과도 계속해서 충돌이 생기고 그녀는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렇게 에바의 공판날이 되고 그녀는 언니가 인화를 맡겨놓았던 사진을 보게 되고 공판장으로 가 에바의 무죄를 주장한다. 결국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그녀는 치매를 겪고 있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언니와 함께 이야기하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이 마지막 장면에도 영화의 의미가 녹아져 있다. 그동안 마사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사람처럼 냉담하게 모든 일을 처리한다. 그러나 그 무표정과 냉담한 일처리는 그녀가 아이의 죽음과 관련한 모든 것을 그야말로 마주 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치매앞에서 마사는 오히려 더욱 밝게 이야기하며 주제를 돌리며 말을한다.

마주보고 있다고요!

마사의 울부짖음

단순히 두 개의 일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마사에게 있어 어머니의 치매는 마주 보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슬퍼하면서도 인정하며 엄마를 돌본다. 그러나 아이의 일은 다르다. 그녀는 끝없이 그리고 쉼 없이 그 일을 마주하면서도 인정하지 못하고 그저 고통에 몸부림친다.

가뜩이나 힘든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오히려 가족과 지인들이다. 수군거리는 회사 동료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자신을 위로해 보겠다며 마음을 난자하는 어머니의 친구, 아이의 스펠링이 뭔 대수냐며 말하는 남편까지. 그녀는 고통을 마주 보며 아이를 보내주는 것도 힘든데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더욱 괴롭힌다.

마사 네가 나처럼 했다면 지금쯤 품에 아이를 안고 있을 거야

어머니의 대사가 너무 잔인하다

마사는 이미 그전부터 조산사 에바가 잘못한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수십 년의 형을 받을 것이라고 떠들고 마사가 나가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하지만 마사는 에바가 자신을 도와 최선을 다했음을 고마워하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마지막 순간에야 법정에서 에바를 인정해 준 것 역시 그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의 일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인정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제 딸은 그런 목적으로 이 세상에 왔던 게 아니에요

마사의 변론

영화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가능한 롱테이크로 찍었다. 특히나 처음 20분이 넘는 출산장면은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있었고 또 강렬했다. 다른 대부분의 장면도 이와 같은데 지속적인 감정과 현실성을 부여해 마사의 내면을 공유하는 느낌이 드는 연출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왜 계속해서 사과가 나오나 했는데 이 사과의 의미를 해석해 보면서 더욱 큰 감정을 느꼈다. 사과는 그녀에게 있어 아이의 마지막 기억이다. 아이의 손과 발 그리고 얼굴과 형태를 그녀는 충격으로 온전히 기억하지 못한다. 마사에게 있어 아이에게 맡았던 사과 향기는 그리워하는 아이의 모든 것이다.

사과향이 났어요

아이를 생각하며

그렇기에 그녀는 온통 사과를 잘라 씨를 빼내어 발아시키려 노력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사과는 곧 아이이고 그 발아는 아이의 죽음이 삶으로 바뀌는 치유이다. 그리고 마지막 변론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는 그 차가운 냉장고에서도 발아한 사과 씨앗들이 펼쳐져있다. 그녀의 마음에 자그마한 치유가 있었던 것과 같이.

 

그리고 마지막 장면 마사는 아이를 낳았고 아이와 행복해 보인다. 그 장면 안에는 빨간 것부터 아직 덜 익은 초록색 사과까지 온통 사과나무로 가득하다. 그녀가 아픔을 딛고 다시금 생명을 만들어내었고 마음이 치유되었음을 보여준다.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영화였다. 특히나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본 출산 이후에 아이가 갑자기 죽는 것은 그것을 본 관객에게도 크나큰 아픔이었을 것이다. 그 장면을 본 나도 힘들었는데 아이의 어머니라면 얼마나 더 끔찍한 고통이었을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상실의 아픔과 고통 속에 있는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영화이다.

오늘은 마지막 대사 없이 위의 장면을 넣으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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