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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얼마 전 리뷰한 <화양연화>에 대한 글이 꽤 인기를 얻어서 다른 왕가위 감독들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오늘 리뷰할 <중경삼림>, <2046>, <해피투게더>까지 리마스터된 작품들이 넷플릭스에 줄줄이 있어서 나름 기쁜 마음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술술 넘어갔던 <화양연화>와 달리 이 작품은 굉장히 난잡스럽고 또 어려웠다. 주말에 띄엄띄엄 봐서 더 그런 느낌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이해가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나는 홍콩의 역사적인 흐름을 몰라서 그저 영화 자체로만 해석하려 하는데 어떤 분이 상당히 심도 깊게 홍콩의 반환과 더불어서 리뷰해 놓은 글도 보았다. 밑에 주소를 남기겠지만 이 분 글도 상당히 마음에 와닿았다. 얼마 전 다른 리뷰에서 고집 센 어떤 이웃이 자기 글과 비슷하다며 해명하라고 하고 댓글도 남겨놓으라고 강요까지 하시고 그러지 않았더니 글에다가 박제까지 하셔서 당황했던 적이 있는데 뭐 생각은 자유지만 내 글은 언제나 내 주관적인 해석임을 분명히 밝히며 영화 <중경삼림>을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중경삼림(重慶森林Chungking-express)
로맨스/홍콩/102분
15세 관람가
1995년 개봉
줄거리
-이별을 맞이한 두 남자의 선택
1부-사랑하는 여자 메이와 헤어진 남자 경찰 223 하지무, 그는 매일을 이별의 아픔에 고통받으며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이 유통기한으로 된 전 여자친구가 좋아하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매일같이 사서 집에다 두며 그날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을 경우에 그녀를 잊고 새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리라 다짐한다.
한편 마약밀매를 하는 금발의 여인, 그녀는 여러 명의 인도인들을 고용해 옷과 속옷, 가방 그리고 은밀한 곳 구석구석까지 마약을 넣어 공항으로 간다. 그러나 수속을 밟는 사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인도인들, 그녀는 총을 들고 그들을 쫓고 총으로 그들 몇 명을 죽이지만 이내 다른 무리에게 쫓긴다. 가까스로 벗어나 술집으로 향한 그녀, 얼마 후 그녀에게 하지무가 다가오고 하지무는 온갖 언어를 사용해 그녀를 꼬시려 한다.
그녀는 넘어오지 않지만 술에 취해 하지무와 호텔에 가게 된다. 금발의 여인은 정말 잠만 자고 하지무는 그녀 옆에서 밥을 잔뜩 먹고는 그녀의 신발을 닦아주고는 떠난다. 하지무는 러닝을 하다가 다른 여자에게 연락을 받고 그녀에게 떠나고 금발의 여인은 자신의 백인보스를 찾아가 총을 쏴 죽이며 결말을 맺는다.
2부-식당 점원인 페이는 캘리포니아 여행을 꿈꾸며 California Dreaming 노래를 매장이 떠나가라 크게 들으며 일하는 독특한 여인이다. 그리고 그 매장을 매일같이 찾아오며 같은 음식만을 시키는 경찰 663, 페이는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 또한 이별의 아픔으로 집에 있는 사물들과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래려 할 정도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장을 찾아온 스튜어디스 여자가 자신에게 663이 요즘도 그 매장을 찾는지 물어보고 한 통의 편지를 전달해달라고 한다.
이별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고 663에게 이를 보내준다는 빌미로 그의 집 주소를 받게 되고 그녀는 몰래 매일같이 그의 집을 방문해 집 청소를 하고 구조와 물품들을 바꾸기 시작한다. 663은 서서히 자신의 집이 바뀌는 것을 눈치채고 어느 날 옛 연인이 돌아온 느낌에 집으로 뛰어가지만 문을 연 그의 앞에는 페이가 서 있었다. 놀란 페이는 쥐가 나고 그는 그녀의 다리를 주물러주고 잠시 쉬던 둘은 깊은 잠에 빠진다.
며칠 뒤 순찰 중이던 663은 자신의 집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페이를 보고 집으로 들어가지만 페이는 숨어있다 도망가 버린다. 663은 매장을 찾아 페이를 찾고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8시 그녀가 좋아하는 캘리포니아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술집에서, 그러나 그녀는 오지 않고 편지만 그에게 전해지지만 거기에는 비에 맞아 번져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엉성한 티켓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인연은 1년 뒤 돌아온 페이와 매장을 인수한 663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663은 번진 편지를 보여주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내 맘대로 떠들기
-같은 이별 다른 결말
페이는 다시 티켓을 만들어준다며 대충 티켓을 그리며 663에게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고 663은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라고 말한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다시 음악이 커지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참 할 말이 많으면서도 어려워서 말하기 힘든 영화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영화를 끝냈으니 해석도 힘을 내서 해본다. 우선 1부를 해석해 보면 영화는 이별과 실패로 인한 집착과 욕망을 표현하였다. 1부는 2부에 비해서 상당히 강렬하고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이별을 맞이한 하지무는 하필이면 만우절날 받은 이별이라 믿지도 않고 그저 그녀가 좋아하는 파인애플 통조림을 쟁여두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는 만년으로 하고 싶다
하지무의 대사
나는 하지무가 굉장히 지고지순한 로맨틱 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는 지고지순보다는 그저 애정결핍에 가까운 캐릭터임을 느꼈다. 5월 1일이 되자마자 매장의 다른 메이를 찾아간 것부터 술집에 들어가 금발의 여인에게 끝없이 대시하는 것을 보고는 더욱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그의 욕망과 집착은 그야말로 애정에 있다. 금발의 여인이 피곤함으로 쓰러져 잠들지만 결코 건들지 않는다. 그는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식욕으로써 나타난다. 텅 비고 허전해진 그의 마음을 채우는 대신 그저 먹어대며 포만감으로 채우려 함이다.
사람은 변한다. 어제 파인애플을 좋아했던 사람이 오늘은 아닐 수도 있다
금발의 여인
그러나 금발의 여인은 정 반대의 사람이다.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녀는 인도인들을 계속해서 압박하고 핍박한다. 밀치고 때리고 협박한다. 사람이란 믿을 수 없는 존재이고 끊임없이 변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집착은 일의 성공뿐이며 어떠한 욕망도 없다. 그저 일을 완수하고 돈을 받는 것뿐. 하지무같이 엄청난 외모의 남자의 대시에도 그저 공허할 뿐이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장면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과 비슷한 변장을 한 여자와 놀아나던 보스를 총으로 쏴버린다. 그녀의 유일한 집착이었던 일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그녀의 복수가 아니었을까 한다.
실연으로 낙담에 빠질 때가 있다. 가슴이 아프면 난 조깅을 한다. 조깅을 하면 몸속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다
하지무의 대사
하지무는 어찌 보면 그저 회피형 인간이 아니였을까. 그는 눈물을 인정하는 대신 조깅의 땀으로 덮으려한다. 이별또한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며 자신의 생일로 미루고 술로, 다른 여자로 채우려한다. 어찌보면 모든 것을 통달한 공허한 여자와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비어버린 남자의 이야기가 1부 아닐까 해석해 본다.
2부로 넘어가면 여자에게 이별을 당한 663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함부로 다른 여자에게 들이대지 않는다. 그러나 집에서는 물건에게 자신의 외로움과 고통들을 투영하여 그들에게 고통을 넘겨버린다.
수건이 울면 기분이 좋아진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역시 감정이 풍부한 수건이다
663이 바뀐 수건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러나 그는 이별의 고통을 분명 느끼고 있으나 회피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과 그 고통을 나누어서 버리고 싶어 한다. 그에게는 집의 사물들이 단순히 그 고통을 나누어 꾸짖고 그 꾸짖음을 통해 자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거친다. 비누가 다 써버려 얇아졌을 때는 얇아졌음을 꾸짖고 페이가 새 비누를 가져다 놓자 다시 뚱뚱해졌음을 꾸짖는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고통을 이겨낼 무언가가 필요했음이다.
페이는 해석이 많이 어렵다. 그녀가 무엇을 원하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쉽사리 캐치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모습이 그녀를 해석하는 키워드 자체가 아닐까 한다. 그녀는 그저 그 좁아터진 홍콩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집착과 욕망이 생긴다. 바로 663,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그 집착과 욕망은 그의 집 침입과 그의 집을 바꾸는 일로 변한다. 663이 편지를 보기 싫어하는 것으로 아직 옛 애인을 잊지 못했음을 알고 집에 들어가 옛 애인이 남겼을듯한 물건들을 바꾸고 머리카락마저 찾아내 없앤다.
그날 오후 꿈을 꾸었다. 그의 집을 방문하는... 난 깨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떤 꿈은 영원히 깨어날 수 없다.
페이의 대사
대사에서도 보이듯이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 감정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오롯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두려움 앞에서 계속 피하려고 한다. 데이트를 신청하는 그에게 티켓을 그려 편지를 보내고 집을 바꾸지만 그녀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대사처럼 그녀는 일 년 뒤 그곳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아직 그를 사랑하는 꿈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나는 두 쌍의 남녀에 대한 사랑이야기로 해석했고 단순히 영화 외적인 이야기들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영화의 방향은 감독에 의해 맞춰진 것이고 이 영화는 홍콩에서 만들어진 홍콩 감독의 영화이다. 좀 더 그들의 생각과 역사적인 흐름 안에서 해석한다면 더 좋은 해석이 나오지 않을까를 이 분의 글에서 느꼈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 번 보시는 게 좋을듯해서 추천드린다.
좋은 영화는 다양한 각도에서 무수히 많은 해석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비슷할 수도 다를 수도 있지만 모든 해석은 다 주관적으로 맞는 이야기이고 좋은 글은 언제나 남아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듯하다. 다음 왕가위 감독 작품을 볼까 상당히 고민 중인데 조만간 리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아 추가로 중경삼림의 뜻은 단순히 홍콩 중경의 모습을 마치 숲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좀 더 깊게는 좁은 도시에서도 마치 울창한 숲과 같이 사람 사는 곳이 이리저리 복잡하게 이어져있고 이는 사람 간의 마음이 뒤엉킨 것과 같아 이와 같은 제목이 지어지지 않았나 싶네요 그럼 이만.
아무 데나,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663이 페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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