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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어제까지 왕가위 감독의 미장센 넘치는 작품 <화양연화>, <중경삼림>을 연달아 보다 보니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옛날 영화에 카메라 무빙도 정신없이 움직일 때도 많았으니 오죽했겠는가. 아무튼 이런 이유로 오늘은 좀 일차원적인 영화를 골라보려고 했다. 요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굉장히 재밌게 보고 있어서 일부러 청춘물로 골랐는데 보다 보니까 은근히 감독이 보여주면서도 대놓고 이거다라고 안 하는 부분이 있어서 해석하기 좋을 영화이다.
아마 이 영화를 미리 보시고 이 리뷰를 보신분들이라면 상당히 재밌는 관점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다. 생각 없이 봐도 좋은 영화이지만 리뷰를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키워드와 해석이 추가된다면 영화를 더 깊게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한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레이디 버드>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레이디 버드(Lady-bird)
코미디/미국/94분
15세 관람가
2018년 개봉
시놉시스
간단한 줄거리
-소녀 자신을 바라보다
캘리포니아주의 새크라멘토에 살아가는 소녀 크리스틴, 그녀는 자신에게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남들에게도 크리스틴이 아닌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알려준다. 레이디 버드는 좁고 가난한 자신의 집이 있는 세트라멘토를 떠나고 싶어 하고 부모의 만류에도 동부에 있는 대학으로 원서를 쓰고 싶어 하지만 이 문제를 포함해 어머니 마리온과 매일 싸우는 게 일상이다.
그녀는 친구 줄리와 함께 연극부에 들어가 대니를 만나 사귀고 추수감사절에도 가족과 만나지만 연극날 그가 게이임을 알고 헤어진다. 헤어진 이후 엄마의 권유로 커피숍에서 일하던 레이디 버드는 어딘가 독특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 카일을 만나게 되고 학교에서는 줄리 대신 제나와 친해지면서 줄리는 뒷전이 된다. 나름 행복한 연애와 학교생활을 하던 그녀는 결국 동부대학에 원서를 쓰고 엄마에게는 비밀로 한다. 한편 그녀는 카일이 아직 동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와 첫 관계를 가지지만 알고 보니 그의 거짓말이었고 반대로 제나에게 자신이 사는 집을 거짓으로 말해 여러 관계들에서 균열이 일어난다.
그렇게 무도회날 카일에게 이별을 고하고 다시 친구 줄리를 만나 감정들을 털어내고 다시 친구가 된다. 모든 것이 평안해질 무렵 졸업식날 전 남자 친구 대니의 개입으로 그녀가 동부 대학 중 하나에 대기자 명단에 올랐음을 마리온이 알게 되고 갈등을 깊어져만 간다. 하지만 레이디 버드는 아빠의 도움으로 결국 동부의 대학을 가게 되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내 맘대로 떠들기
-스스로의 삶의 핸들을 잡다
결국 집을 떠나 대학에 도착한 레이디버드는 자신을 크리스틴이라 소개하기 시작한다. 짐을 풀던 그녀의 가방에는 마리온이 써 놓고 미처 보내지 못한 편지가 아버지에 의해 들어있었고 그녀는 마리온의 진심을 알게 된다. 그녀는 파티에 참석해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병원에 간 다음날 퇴원을 하고 성당에 들린 뒤 미사가 끝난 후 마리온과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의 메시지를 남긴다.
뭐랄까 나는 남성이어서 이 나이 또래의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세상에 빠져사는지는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그 모르는 생각들을 어느 정도 관객들에게 보여주었고 갈등과 고민 속에서 변화하는 그녀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는 것이다.
크리스틴이야. 내 이름은 크리스틴이야.
대학에서 자신을 소개하며
이 대사가 아마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일 것이다. 그동안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던 그녀가 자신을 인식하며 레이디 버드가 아닌 온전한 자신의 이름으로 그녀를 소개하기 시작한다.
물론 새크라멘토가 어딘지 모르는 친구에게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변경하는 것은 어느 정도 변화의 과정 중에 있는 것을 암시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크리스틴은 어릴 적부터 가난을 겪고 들어왔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위축감과 압박감이 심하다. 특히나 그 스트레스도 굉장히 잔소리하는 어머니로 인해 달리는 차 안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그녀에게 가난은 그녀를 괴롭히는 가장 큰 악당이다.
널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헛돈이 드는 줄 아니?
마리온이 크리스틴에게
크리스틴은 그 안에서 삐뚤어지진 않지만 그녀 자신의 보호수단으로 거짓말과 자신을 감추는 일들을 한다. 그 대표적인 게 이 영화의 제목이자 그녀의 가명 <레이디 버드>인 것이다. 그녀는 줄리 앞에 있을 때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제나 앞에서는 그녀의 집이 부잣집임을 거짓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신에게 입혀놓고는 그것이 자신인척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정신적인 부분을 보호하는 셈이다.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에서도 그녀의 꿈이 드러난다. 레이디라는 이름에서 숙녀와 같은 가난하지 않으면서도 성숙한 모습과 버드라는 새에서 가난과 답답한 시골마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꿈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캐릭터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 삐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옳은 것과 잘못된 것을 어느 정도 구별하며 살아간다.
사랑하는 거 말고 날 좋아하냐고
자신도 자신을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 없는 그녀의 대사
영화는 청춘과 가족의 사랑을 잘 표현했다. 신파극처럼 질 척거리지 않고 담백하고 또 담담하게 크리스틴의 성장기를 담아냈다. 그리고 그 성장기에서 앞에서 말한 포인트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동차와 성당이다.
우선 성당이다. 그녀는 가톨릭 학교를 다니지만 제대로 된 미사를 드리지 않는다. 그저 의미 없이 해야만 해서 하는 일일뿐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저 지나가야 할 귀찮은 순간일뿐이다. 그러나 결말에 다가와서는 그녀에게 있어 미사는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꺼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된다. 학교에 이끌리어 억지로 한 것이 아닌 성인이 되어 자신의 의지로 찾아간 제대로 된 첫 미사가 된 것이다.
사랑과 관심은 사실 같은 게 아닐까?
수녀님의 대사
그리고 더욱 중요한 포인트인 자동차가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문제를 만나고 해결하고 목적지를 결정하며 성장해 나간다. 엄마 마리온과의 갈등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함께 껴안으며 나누기도 하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카일과 자신이 맞지 않는 것을 알고 그동안 눌림이 있던 줄리를 만나러 결정하는 곳이기도 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돌아보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녀는 자신의 삶처럼 핸들을 잡고 스스로 운전을 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다가 올 인생에서도 삶의 핸들을 잡고 운전할 것을 의미하면서..
별난 여고생의 독특한 성장기에 그칠 것으로 보였던 이 영화는 의외로 다양한 미장센과 소재들을 덧붙여 기분 좋으면서도 재미있는 영화가 되어주었다. 특히 갑툭튀 한 티모시 살라메의 어딘가 치명적인 매력을 보는 재미도 있는 작품이었다. 모두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그냥 항상 불행한 사람도 있는 거야
의외로 크게 와닿았던 친구 줄리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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