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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20대 대선이 막을 내렸다. 역대급 혐오가 넘치는 대선이었다는 말이 많았고 둘 중 누구를 뽑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결국은 대부분의 득표는 두 사람이 했다. 뭐 굳이 나의 정치 성향을 나타내고 싶지는 않고 다만 거기에 놓였던 쟁점 바로 여성과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내용도 그렇고 아직도 인터넷과 저 어딘가 시위 현장에서는 여전히 싸우고 있는 문제로 나도 관심이 많은 주제이다. 나는 남성우월주의를 바탕으로 가부장 제도 위에서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오면서 여성에 대한 틀에 박힌 인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인식은 분명 여성을 어느 정도 압박하고 있었음을 알고 또 그것이 부당하다고 느낄 여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성들도 동일하다. 결국은 남녀 모두 예전부터 내려온 어느 인식이 서로의 삶을 압박하고 있었고 싸움판의 도박사들보다 더 싸움을 잘 만들고 배팅하기 좋아하는 여느 정치인들이 페미니즘과 남성 혐오, 여성 혐오를 바탕으로 표를 끌어오려고 제대로 싸움을 만든듯하다. 어찌 되었건 나의 생각은 명확하다. 그러한 인식이 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법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혐오도 나타내지 않고 있음을 우리나라는 분명 밤거리가 가장 안전한 나라인 동시에 가장 밤거리를 두려워하는 이상한 나라이다. 여성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그걸 위해서 싸우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당한 목적에는 반드시 정당한 수단이 따라야 한다. 이 영화는 그걸 제대로 보여주어 이렇게 글을 써본다. 진정한 여성운동과 그 방법을 담은 영화 <거룩한 분노>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거룩한 분노(The divine order)
드라마/스위스/97분
12세 관람가
2018년 개봉

줄거리
-세상을 향해 정당한 외침을 전하다
스위스의 어느 시골마을, 여자들은 집안일을 하고 남성들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 가정을 먹여 살린다. 그곳에는 평화로운 느낌도 있지만 분명한 차별들이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더욱 평범한 두 아들과 사랑하는 남편의 아내 노라, 그녀는 주위 사람 대부분이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에 가정에도 헌신적인 여자였다. 그러나 계속된 집안일에 갇혀 답답함을 느낀 그녀는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체면과 가정을 앞세워 그녀가 일을 하는 것을 막고 노라는 남편 한스가 출장 간 사이에 밖에 나가 여성 참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그녀는 여성이 투표권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여성이지만 여성의 투표권은 필요 없다는 부녀회에서도 노라는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이내 나이 든 노인 브로니와 테레사를 만나 마을 사람들에게 여성 투표권을 위해 찬성해 달라고 말하기로 한다.
그렇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연설을 시작하는 노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담하고 자신의 주장을 비웃기에 바쁘고 조금 이르게 그곳에 도착한 남편 한스마저도 남들의 눈을 의식해 찬성한다고 말했음에도 반대에 손을 올린다. 노아는 크게 실망하고 집을 나오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녀의 뜻에 동참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결국 마을의 대부분의 여자가 여성의 투표권을 위해 집안일을 모두 내려놓고 테레사의 집에 모여 파업을 한다. 그러나 돌이 날아오고 남편들이 강제로 부인들을 끌고 가면서 결국 파업은 끝이 나고 충격으로 브로니가 죽게 된다. 그렇게 열린 브로니의 장례식에서 노아는 브로니의 죽음과 그녀의 삶에 대해 당당히 말하고 남편 한스의 지지도 받는다. 그렇게 결국 투표날은 다가오게 되는데..

결말 및 리뷰
내 맘대로 떠들기
-진정한 여성운동의 결말
마을의 모든 여성들이 모여 투표장 앞에서 투표하러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결국 여성의 투표권은 인정받게 된다. 이후 변화한 집안 모습과 1991년까지 지나 결국 스위스 모든 구역에서 여성 투표권이 찬성되었음을 보여주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요즘 참 말이 많은 주제이다. 가뜩이나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는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나마 다른 리뷰에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대놓고 내 의견을 말하는 건 조금 꺼리고 있었다. 불편하실 분들이 많기 때문에. 2022년을 살아가는 30살 남자인 나는 명백히 말한다. 남성은 여성을 혐오하지 않고 좋아한다고. 법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은 없으나 멀리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잘못된 인식들이 남아 여성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으나 인간으로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남성들도 잘못된 인식 안에서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장난감을 조립할 수 있으면 그릇도 닦을 수 있단다.
어떤 일이건 나누어져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이 영화가 굉장히 좋았다. 지금 유튜브건 어디서 건 남녀가 피 터지도록 서로를 비난하면서 싸우는 것에는 알맹이가 없다. 혐오를 위한 거짓 정보와 뉴스들을 퍼 날라 서로를 그저 비난하기에 바쁘다. 한쪽이 우월하게 보이도록 또는 한쪽을 쓰레기보다 못한 쪽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러나 이 스위스의 여성들은 다르다. 그들은 그저 그들이 가진 최대한의 노력을 한다.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가장 현명하고 법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방법들을 사용해 그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브로니를 위하여
놓아가 남편과 함께 투표하면서

정당한 목적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영화에서 나타난 여성 참정권처럼, 그러나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행위들을 분명히 선을 지켜야 한다. 내가 특히나 싫어하는 것이 일명 미러링이라는 멍청한 짓이다. 너 내가 했으니 우리도 똑같이 할 거야 같은 요즘 초등학생보다도 못 할 행위들을 수단 삼아 여성의 불평등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 자신들은 피해자인 척 만들어버린다. 이것이 불평등함을 해소할 수 있을까? 죄 없는 남성들은 가해자가 되었고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잘 살고 있는 여성들은 피해자가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가부장 제도를 누린 지금의 50대 이상 남성들은 이 싸움에 속하지도 못한다. 인생을 채워나가야 할 20-30대 남녀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지루해? 그러면 다시 임신시켜 줄까?
한스의 장난스러운 대사, 그러나 정말로 나쁜 말이었다.
정당한 목적에는 정당한 수단이 따라야 함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스탠스를 보여준다. 바로 노아나 다른 부인들, 그리고 여성들은 여전히 한 가정의 딸이자 어머니이고 부인이다. 그것도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어떻게 보면 다른 영화들이나 소설들처럼 결국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은 사랑이지 않을까.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주며 사랑으로 바라보면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 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일일 테니까.


어느덧 이 작고 초라한 블로그에 500개에 달하는 글이 쌓였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글이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이 글을 굉장히 아낄 것 같다. 내가 올바르고 누군가가 틀렸음을 지적하는 글이 아니라 답답한 현실에 내 마음을 조금 털어놓은 글이니까. 부디 남녀가 더 이상 나눠져서 싸우지 않았으면 한다. 권리와 의무는 다르고 우리나라는 타국과 비교해 봤을 때 절대로 불평등이 만연한 나라가 아니다. 헬조선헬조선 하지만 어디 나라 팔아먹는 사람이 없다면 적어도 대내외적으로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달라질 수 있어요 운동, 청원, 제안, 시위, 편지 그리고 용기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죠.
정당한 목적에는 정당한 수단이 따라와야 함이다.
영화 <거룩한 분노> 원제는 divine order이다 신적인 명령 즉, 권위가 있는 명령을 의미하는데 이는 인간은 동일하고 (물론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는 당연히 있다) 동일한 권리를 가지며 그건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하나님의 권위라는 의미이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그리고 자신의 괴로움을 남들에게 책임 전가하기 위한 분노가 아닌 정당한 목적에 정당한 수단을 가진 거룩한 분노로써 세상이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원하는 게 있으면 이탈리아에서는 파업을 해요
정당한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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