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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오늘도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았다. 요즘 <소년심판>과 <스물다섯스물하나>를 보느라 영화를 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영화 블로거로써 리뷰는 꾸준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간신히 또 하나의 영화를 끝냈다. 감독은 여성 영화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나는 어딘가 인류애적 사랑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또 적당히 다 아는 12살, 한창 반항적이고 불안함과 감정들 사이에서 혼란한 15살, 그리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두려움 앞에 선 19살을 영하라는 아이에 빗대어 보여주었다. 조금은 특별하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다르지도 않은 영하는 이름 그대로 영하의 바람에 노출되고 또 개인이 가진 바람도 있다. 이중적인 제목에 담긴 영하의 성장기 영화 <영하의 바람>을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영하의 바람
드라마/한국/110분
12세 관람가
2019년 개봉
시놉시스
간략한 줄거리
-소녀, 성장하다
어려운 환경에도 전도사를 넘어 목사를 꿈꾸며 살아가는 어머니 그리고 목사 안수를 위해 같이 살게 된 아저씨 영진, 그리고 12살을 맞이한 영하. 세 가족은 조금은 어색하지만 서로의 꿈을 위해 살아간다. 그러나 영하는 12살에 어머니에게 버려져 아버지에게 가게 되지만 아버지는 영하를 버리고 이미 떠난 뒤여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충격을 안고 살아가는 15살의 영하, 그녀에게는 친척이자 솔메이트인 미진이 있지만 그녀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영하도 주변의 눈치로 그녀를 챙기지 않고 학교 밖에서만 그녀를 챙긴다. 그러던 어느 날 미진과 함께 살던 할머니가 죽고 영하는 어머니에게 미진도 같이 살자 말하지만 미진은 결국 다른 친척 집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19살의 영하, 어머니가 목사 안수를 받은 후 교회를 넘겨받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 오지만 아저씨의 전 가정일로 혼인신고는 어렵다. 그리고 관계를 거부하는 어머니로 인해 아저씨는 굉장히 괴로워한다. 그런 아저씨와 친하게 지내며 대학교를 갈 꿈에 부푼 영하, 어느 날같이 맥주를 마시고 잠든 영하에게 이상한 느낌이 들고 침대 위에는 아저씨가 있었다. 엄청난 충격에 영하는 이 모든 사실을 알렸으나 어머니마저 자신의 꿈을 위해 아저씨를 용서하라 하고 영하는 미진과 함께 집을 나가버린다. 그러나 집 밖의 세상은 그야말로 추운 겨울 그 자체, 취업이 되지 않는 미진과 어떻게 해서라도 살 곳을 구하기 위해 영하는 술집에 취업하게 되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소녀, 영하의 바람을 맞닥뜨리다.
둘은 고시원에서 같이 살지만 결국 걸리게 되고 미진은 고시원을 나가게 된다. 영하도 일을 하며 돈을 벌지만 대학교와 살 곳을 가지기에는 현실의 벽은 막막하다. 결국 영하는 술집을 그만두고 자신에게 미안하다며 돈을 건네준 아저씨를 찾아가지만 이미 집에는 아무도 없다. 영하는 다니던 교회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미진을 마주하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이 영화는 소녀의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곳에는 자신의 꿈이 가장 우선인 어머니 은숙이 있다. 미진의 부모님의 죽음으로 생긴 보험금을 자신의 신학대학교 비용에 쓰면서 미진과 할머니를 돌보는 은숙, 목사를 꿈꾸는 그녀는 목사를 통해 돈과 지위를 바라본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사는 은숙은 영하나 아저씨 영진을 먼저로 두지 않는다. 주변의 시선을 고려해 영하의 성을 김씨로 바꾸거나 교회를 물려받을 때 신도 수를 돈으로 바라보는 모습에서 그녀의 꿈은 목사 그 자체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수 아니야
은숙이 영진의 일을 실수라 말하자
그리고 영진, 너무나 착하고 가정을 위해 참고 노력하지만 결국 그 욕망을 참지 못해 죄를 저지르고 만다. 어느 정도 극의 흐름에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이전 장면들에서 영진의 모습이 너무나 가정적이고 두 모녀를 사랑하는듯하여 실제로 그 장면이 나왔을 때 심히 당황했다. 영하는 또 얼마나 고통받고 괴로웠을까. 12살의 영하는 집안 형편으로 버려졌고, 15살의 영하는 친구가 버려지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고 19살의 영하는 부모 각자의 욕망 모두에 스스로를 집에서 버리게 된다.
<영하의 바람>이라는 제목도 참 재미있다. 여기서는 2가지의 의미로 보인다. 첫째, 그야말로 차가운 영하의 바람이 그녀에게 불어오는 것을 뜻한다. 12살에도, 15살에도 그리고 19살에도 얼핏 따듯한 가정에 있는 듯 보이는 그녀의 삶은 결국 누구보다 차가운 영하의 바람에 버려진다. 그녀를 지킬 가정, 학교, 그리고 친구마저도 스며드는 바람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영하야 세상은 혼자 견뎌내는 거래..
미진의 말
그리고 영하라는 소녀의 바람, 그녀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행복하고 평안한 가정에 친척이자 소울메이트인 미진과 함께 사는 것, 그것이 영하의 바람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은숙의 욕심에 의해 빼앗기고 아저씨 영진에 의해 처참히 무너진다. 그리고 함께하게 된 미진은 그녀에게 있어 점차 짐으로 변해간다. 그녀의 바람들은 하나하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변질되고 고통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도 이 두 가지 의미 중에는 역시 차가운 현실을 영하의 바람이라고 표현한 쪽이 더 가까운듯하다. 어려 보이는 여자애가 고시원에서 이를 닦는 모습을 바라보는 영하, 12살이었던 그때의 모습과 미진을 버렸던 15살의 그 괴로움에 비해 고시원에 사는 여자애는 너무나 평범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소음은 매일같이 들리지만 미진과 영하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궁금해하지 내쫓아야 될 상대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미진은 그런 그들의 신고로 집에서 내쫓기게 된다.
미안하다.
영진의 뒤늦은 사과
그리고 제일 힘들었던 건 역시나 은숙의 대사이다. 누구보다도 가장 앞서서 영하의 마음을 보살피고 지켜줬어야 할 어머니라는 존재가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영진의 일을 실수로 덮어두고 넘어가려고 하는 장면에서 마음속에 차가운 바람이 일었다. 반대로 영진은 나약하고 의존적인 존재이다. 자신의 잘못에서도 사과는 가장 마지막에 한다. 처음 그 사건을 일으켰을 때 그가 한 일이라고는 은숙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비겁하고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과를 하고 돈을 남긴 뒤 사라져 버린다. 영하가 바란 것은 그런 것이 아님에도 분명하고.
영하의 바람은 성장영화이다. 그러나 그 성장들은 매우 차갑고 날카롭다. 이 글에서는 주로 영하의 입장에서 다뤘지만 미진의 삶은 어쩌면 영하보다 더 차가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진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은숙에게 버려질 때도 진심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이다.
그를 불쌍히 여겨주시어 시련을 시련으로만 생각하지 않도록 주님 도와주세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뜻이 아니고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가운데 주의 선하심 인도 따라 은혜로 이루어지게 해 주세요
미진의 기도
그야말로 최근 들어 근래 들어 본 기도와 어떤 대사들 가운데에서도 마음에 와닿은 기도이다. 미진은 군말 없이 영하를 항상 챙기고 노력한다. 같이 차가운 세상에 나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시원에서도 영하에게 피해가 갈까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영하가 제일 괴로워할 때 묵묵히 옆으로 다가와 준다. 어쩌면 그녀는 영하의 바람에 영하를 지켜줄 주님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차갑고 날카로운 영화지만 분명한 따듯함이 남는 영화로 독립영화치고는 꽤 긴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운 겨울에 따듯한 한 가지를 남겨주는 좋은 영화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영하의 입에서는 입김이 나오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차가워진 그녀를 표현하고 다가오는 미진의 입에서는 입김이 나온다. 영하에게 다가온 따듯함을 표현하려 함인듯하다.
살 좀 빠졌다면서..
영하가 미진을 찾아가 멀리서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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