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없는 것들은 인생에 권선징악, 인과응보만 있는 줄 알까?
리뷰 전 떠들기- 드라마 <더 글로리>중에서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올라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이제야 영화를 리뷰하게 되었다. <방과 후 전쟁 활동>, <미스터 선샤인>, <종이 달>까지 요즘 드라마를 열심히 보느라 정작 본업은 뒤로 미룬 것 같아 챙겨봐 주시는 분들에게는 죄송스럽다.
아무튼 오늘도 연진이의 명대사를 가져온 건 이 작품과 꼭 맞는 대사이기 때문이다. 속이 시원한 복수도 있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괴로운 작품도 있다. 이 작품은 후자에 해당하고 힘없는 자의 복수를 담았다. 기분이 좋은 날, 울적한 날, 어느 날에도 추천하지는 않지만 이왕 보실 거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날 보시라.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을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크리스마스 캐럴
범죄/한국/131분
청소년 관람불가
2022년 개봉
김성수 감독
시놉시스
크리스마스 아침, 쌍둥이 동생 ‘월우’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단순 사고로 사건이 종결되자, 형 ‘일우’는 복수를 결심하고 ‘월우’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들렸던 목소리를 찾아 스스로 소년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동생을 돌봐주던 상담교사 ‘조순우’의 도움을 받으며 비밀을 숨기고 있는 ‘손환’과 자신을 없애려는 ‘문자훈’, 그리고 무자비한 힘으로 군림하는 교정 교사 ‘한희상’까지 폭력에 맞서 목숨을 건 싸움을 계획하는데…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결말&해석&리뷰
영화 파헤치기
일우는 샤워실에서 최종 복수를 실행하지만 결국 자훈을 죽이지 못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려는 순간 순우가 나타나 자훈 일당을 파이프로 내려쳐 전부 죽인다. 알고 보니 순우는 월우에게 접근하여 강제로 성적 행위를 해왔고 스스로 죄를 뉘우치겠다며 자훈 일당을 모두 죽인 것이다. 일우는 소년교도소에서 나와 순우를 찾아가지만 결국 온전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친구 환과 월우가 죽은 옥상을 찾아가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상당히 암울하고 아프며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약자’의 복수를 담은 작품이다. 하지만 <더 글로리>처럼 하늘마저도 그런 약자들을 도와 복수를 하는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약자의 복수는 매우 힘들고 자신의 목숨마저도 내놓고 해야 하지만 그것마저도 진짜 진실과 복수에 가까워지기에는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순우와 일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일우는 목숨을 걸고 배에 흉기를 찔려가며 복수를 하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 순간 순우는 태연하게 등장해 자훈 일당을 모두 죽인다. 너무나 손쉽게.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닌 순우는 그동안 월우를 강제로 취하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한 대가를 고작 4년형을 받고 자신은 이 모든 것으로 죄를 용서받아 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차이가 일우와 순우의 복수에 대한 더 나아가서는 강자와 약자의 복수에 관한 관점을 보여준다.
간혹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해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가해자가 용서를 바라는지가 먼저 아닐까 그리고 그 바라는 용서가 자신의 가해 행위에 대해 온전히 깨닫고 진정으로 바라는 용서인지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여겨야 함을 보여준다. 사랑했기에 자신이 가한 성적 가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순우가 진정으로 용서를 받고 월우를 아껴 또 다른 폭력을 가한 자훈 일당을 죽였다고 스스로를 용서받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당할까?
이 영화는 이렇게 질문을 남긴다. 가해자의 진정한 회개가 먼저 아니겠냐고. 안타까운 관점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순우가 하나님께 죄를 고하면서 스스로를 용서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 하나님에 대한 회개가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는 온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더불어서 강자 위에는 또 다른 강자가 있고 사회 시스템은 끝없이 서로가 먹고 먹히며 살아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자훈 일당은 늦게 온 고방천에게 눌린다. 그들은 다시 일우에게 당하고 순우에게 죽임을 당한다. 마지막으로 순우는 자훈을 죽인 일로 자훈의 아버지가 보낸 재소자를 교도소에서 만나는데 아마 그 재소자가 순우를 죽이는 것을 암시하는듯하다.
즉 이 작품은 약자와 강자의 복수와 용서에 관한 관점과 강자로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이 우울한 사회 시스템 상에서 결국 영원한 강자는 없음을 말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신 건강에는 상당히 좋지 않은 작품이고 참 마음이 아픈 작품이다.
나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
약자, 그리고 복수하는 자 그 무엇도 그들이 바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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