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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영화는 많은데 볼 게 없다. 이게 요즘 나의 전반적인 생각이다. 얼마 전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리뷰하려고 절반 넘게 봤는데 도저히 마지막까지 볼 수 없어 리뷰를 포기하고 끝내버렸다. 이유는 동성애를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많은 분들이(라고 하고 5명 즈음)이 요청해 주신 영화라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볼 수 없었다. 넷플릭스나 애플 tv나 심지어 쿠팡플레이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고 그 안에는 명작들도 많겠지만 그걸 찾는 것도 힘들고 더욱이 영화 한 편을 실패하고 나면 다음 영화를 보기 두려워진다.
그러다가 이번에 올라온 이 작품을 보게되었다.오래된 작품을 좋아하고 사색에 잠기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들을 좋아하는 취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보았다. 포스터부터 마지막 그 순간까지 도대체 왜 이 작품의 제목이 이럴까 생각이 드는 작품인데 다양한 영화 인터뷰와 리뷰들을 마주하고 나니 찬찬히 그리고 깊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누구나 겪는 단순한 사랑이 아닌 인간의 깊은 무언가를 건드리는 작품 <사랑에 빠진 것처럼>을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사랑에 빠진 것처럼(Like someone in love)
드라마/일본/109분
15세 관람가
2013년 개봉
감독: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주연:타카나시 린, 오쿠노 타카시, 카세 료
줄거리
아키코는 부푼 마음을 안고 도쿄로 대학을 왔지만 어느새 바에서 돈을 받고 남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거기에 얼마 전 사귄 남자친구 노리아키는 그녀의 일상을 계속해서 캐묻고 아키코는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바에서 일하던 중 오래 알고 지낸 손님 히로시에게 누군가의 집으로 가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꿀맛 같은 잠을 택시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그곳에는 나이가 굉장히 많아 보이는 노인이 한 명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편안함을 느낀 아키코는 대뜸 방에 들어가 잠에 들어버리지만 자신은 타카시라 말한 노인은 다음날 그녀를 대학교 시험장소까지 데려다주며 그녀를 상냥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그곳에서 연락이 되지 않던 아키코를 쫓아온 노리아키를 만나게 되고 노리아키는 타카시를 아키코의 할아버지로 알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노리아키와 대화 후 아키코가 시험을 보고 나타난다.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당황하지만 문제가 없어 보여 노리아키를 데려다주며 차 수리까지 함께 받는다. 그리고 아키코를 서점에 데려다주고 타카시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전화기가 다시 울리며 조용하던 그의 하루에 경고등이 울리기 시작하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울면서 전화가 온 아키코를 서둘러 데리러 간 타카시 교수는 그녀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얼굴을 다친 그녀를 위해 약을 사러 간 사이 아키코는 타카시의 앞집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약을 사 돌아온 타카시와 함께 집으로 들어간다. 잠시 안정을 찾던 그들에게 난데없이 노리아키가 집문을 두들기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고 타카시는 혼란을 겪는다. 그때 노리아키가 던진 물체가 창문을 깨며 들어오고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앞서 말했다시피 영화를 마무리 짓는 그 순간까지 이게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랑과는 거리가 먼 영화라 생각되지만 영화를 곱씹으면서 생각해 보면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은은히 그리고 타인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타인의 관점이란 건 이 영화의 카메라 배치로 볼 수 있다. 영화는 계속해서 유리창과 조금을 떨어진 곳에서 인물들을 비춰준다. 그렇기에 사랑 영화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지만 그 내면의 이야기들을 보면 오히려 담백하게 그 감정들을 비춰준다.
앞서서 사랑이라는 것은 인간 개개인이 느끼는 각각 다른 감정이다. 누구는 안정을, 또 누군가는 쾌락을, 다른 누군가는 적절한 조화를 느낀다. 이 작품에서는 아키코가 안정이라는 것을 사랑으로 느끼고 타카시는 반대로 쾌락을 사랑으로 느낀다. 팔순이 된 노인이 무슨 쾌락을 사랑으로 느끼며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없는데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그 쾌락은 삶에서의 공감과 대화를 통한 쾌락이다. 얼핏 보면 아키코와 유사한 면도 있지만 아키코는 심적인 안정과 육체적인 안정 두 가지를 동시에 원한다.
그런 면에서 아키코는 타카시에게 사랑과 가까운 무언가를 느낀다. 그렇기에 그녀는 노리아키에게 폭력을 당했을 때 타카시에게 연락한다. 마음속 어딘가 타카시를 찾게 되는 일이 발생한 것. 타카시는 반면에 아키코를 만나 평안한 삶이 무너진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것마저도 기쁘고 즐거운 일들. 바깥사람들과의 모든 소통을 통화로 하고 앞집 여자가 말을 걸어도 떨쳐버리듯 넘어가는 타카시에게 직접적으로 소통을 한 아키코와의 대화는 그의 평안한 삶을 무너뜨려도 괜찮게 느껴진다.
나는 그게 가장 잘 나타난 장면이 타카시가 아키코를 서점에 내려주고 운전하다 잠드는 모습인 것 같다. 타카시는 그녀를 데려다주고는 갑자기 멈춘 차도에서 잠들어버린다. 아마도 그의 평안한 삶이 무너진 그 전날 저녁부터 그는 굉장히 긴장하고 흥분되어 있었을 것. 그게 풀리는 순간 그는 다시금 삶으로 돌아가려 하고 그것이 안정된 잠을 이끌었을 것이다.
또한 앞집 여자는 타카시를 여전히 마음에 담아두고 있으나 자신의 환경으로 인해 다가가지 못함을 아키코에게 말한다. 뜬금없는 장면이고 굳이 넣었어야 하는 장면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수 있으나 내 생각과 영화의 결말, 주제 해석은 다음과 같다.
모두 서로가 원하는 사랑의 모습을 어느 정도 비춰주고 있으나 제목 <사랑에 빠진 것처럼>과 같이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고 행동하는 것들이 실제 사랑인지에 대한 의문을 말하는 영화이다. 노리아키가 아키코를 사랑하지만 폭력을 휘두르거나 아키코가 타카시에게 의지하는 모습이나, 타카시가 아키코에게 시간과 행동 모두를 퍼주는 것이나 앞집 여자가 타카시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사랑이지만 그들은 실제 서로를 사랑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사랑에 빠진 것은 어떤 ‘경계’를 넘어야 사랑이라 불리는가 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과연 그들이 사랑에 빠진 것인지 사랑에 빠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인지 사람의 사랑의 경계가 어디인지 우리에게 물어오는 작품이다.
일단 묻지 않을 것,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이 돌아오던 다 믿을 것.
그게 가능할 때 결혼할 수 있는 거야
타카시가 노리아키에게..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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