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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아무도 없는 곳 리뷰 결말 해석 꿈과 현실에서 상실을 나누다

by YB+ 2024.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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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세상 어떤 사람이라도 무언가를 잃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춘, 낭만, 사랑, 가족, 반려동물, 재산, 꿈 등 무수히 많은 것들을 우리는 잃고 얻으며 살아간다. 특히나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릴 때마다 우리는 상실을 느끼고 그 상실을 견뎌가며 살아간다.

이 영화도 그렇다 상실을 받아들이거나 회피하거나 아니면 견디지도 그렇다고 도망가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자리에 서 있어보거나.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상실을 창석이라는 인물을 통해 나누고 공감시킨다. 아이유, 이지은 배우의 출연으로 더욱 화제 된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을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아무도 없는 곳

옴니버스/한국/82분

15세 관람가

2019년 개봉

감독:김종관

주연:연우진, 김상호, 이지은, 이주영, 문숙, 윤혜리

시놉시스-상실을 겪는 자가 상실한 이들을 위로하다

힘들었던 유학생활에서 돌아온 창석, 그는 차례대로 자신의 어머니, 후배, 지인, 그리고 처음 보는 바텐더까지 만나게 된다. 자신의 상실감은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 채 상실을 맞닥뜨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각자가 가진 아픔을 그만의 방식으로 또는 흘러가는 방향대로 도움을 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뒤늦게 자신이 잃어버렸던 가장 중요한 것을 바라보게 되고 그동안 눌러왔던 상실감을 마주하는데..

 

결말 및 해석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나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창석은 노력했지만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아내에게 전화를 걸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죽은 아이가 옆에서 자고 있다는 말을 하고 창석은 충격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돌아온 집, 창석은 청산가리가 든 약통을 물에 붓는다. 그리고 나가 새벽에 머물러 있는 마을을 둘러보고 꿈을 꾸었다고 말하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미영

남편을 잃은 여인

젊어 보이는 여인은 피곤한 듯 기대어 잠들어있고 남자는 맞은편에서 책을 본다. 깨어난 미영(이지은)은 그를 바라보고 누군지 한참 고민하다가 자신이 소개를 받으러 왔음을 느낀다. 알고 보니 미영은 이미 나이 든 노인이었고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고 과거 자신과 소개팅으로 만난 남편을 계속해서 회상하고 있었던 것.

자신의 더러운 가방을 뒤적이더니 동전을 꺼내줬어요. 100원짜리 두 개

응? 미국이라면서 어떻게 100원짜리야?

그녀가 다시 나이 든 노인으로 변하듯 현실을 깨닫는 이야기

그녀에게는 단 2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평생을 가지고 갈 상실을 얻었다. 사랑한 만큼 고통이라는 상실을 보여주고 그 상실은 유학에서 돌아온 아들이 그녀의 옆자리로 가 어깨를 빌려주며 상쇄된다. 위에 잠깐 써 놓았지만 노숙자 노인의 이야기는 미영의 이야기와 겹치며 그녀를 일깨우는데 쓰이는 창석의 이야기이다.

유진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여인

창석은 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보내고 책 계약을 위해 후배이자 출판사에다니는 유진을 만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대낮부터 맥주도 마시고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어둑어둑한 저녁, 유진은 피울 때마다 소리가 나는 담배를 피우고 있다. 신기한 기분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는 창석. 그녀는 자신이 한 외국인과 사귀었고 아이를 지웠으며 그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음을 말한다.

달을 두 번째로 밟은 사람의 인터뷰였는데 책 제목을 달로 향한 여행이 아니라 지구로의 귀환이라고 지구로의 귀환이라고 했대요. 달로 가는 것보다 지구로 돌아오는 게 훨씬 어렵기 때문에

남들은 모르는 상실의 아픔을 표현한 이야기

무던한 듯 보이지만 상실감에 고통받고 있는 유진. 그는 담배를 같이 나눠 태우며 이야기를 전해주고 그녀는 위로받는다. 그리고 남은 담배가 얼마 안 남은걸 창석이 아쉽겠다 하지만 그녀는 괜찮다고 말하며 이제 그가 줬던 담배를 다 피움으로써 그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할 것을 의미한다.

성하

아내를 잃어가는 남편

 

카페에 와서 커피를 시키는 성하는 창석을 마주하고 상당히 반가워한다. 잠시 근황을 물어보던 성하는 자신의 품에서 웃긴 것을 보여준다며 청산가리를 꺼낸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내가 암 치료를 했지만 전이가 됐고 가망이 없어 이 청산가리를 샀다. 함께 죽기 위하여.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 신기한 물을 받았고 정신을 못 차리던 아내가 깨어났으며 사실은 오늘 그 누군가에게 이 방향으로 오게 되면 오랜만에 만난 귀인을 만날 것이라 들었고 창석을 만났다고 말한다

나도 기적 같은 거 안 믿어요. 근데, 절망 끝에 나와요

성하의 진심

하지만 연이어 전화가 오고 그는 아내가 죽었다는 병원의 전화를 받고 카메라를 챙겨 떠난다. 그가 꺼내놓았던 청산가리는 창석이 미리 챙겨둬 성하는 그것을 챙겨가지 못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는 성하의 상실감이 죽음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귀인이 된 것.

주은

육체의 상처와 기억의 상실

창석은 한 바에서 술을 마시며 글을 적는다. 그리고 술을 한잔 더 시키는데 어딘가 독특해 보이는 바텐더가 자신이 오늘 마지막날이라며 술을 준다. 그녀의 이름은 주은, 사고로 인해 눈 한쪽이 실명되고 몸에는 끔찍한 상처가 있지만 문신으로 꽃처럼 바꿔 놓았다. 거기에 기억마저 남아있는 술처럼 거의 잃어버린 상태.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빈 기억을 찾아줄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술을 대접하겠다고 한다.

그는 기다린다. 느리게 술잔을 비우고 침묵과 대화 속에서 사소한 거짓말들로 그는 기다린다. 그는 사실 기다린다는 말로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오는 사람 없지만 그는..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은주가 쓴 창석에 대한 시

그는 토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그녀는 술잔을 채워준다. 그리고 그에 관한 시를 쓴다. 그녀의 몸에 남은 상처들은 치유되고 문신으로 가릴 수 있지만 지워진 기억들은 그와 창석이 나눈 이야기를 자기 것이라 하며 가질 수 없다. 그러나 그녀는 기다린다는 말로 기다리는 사람이 된 창석처럼 그의 이야기를 받고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아픈 기억의 빈 상실감을 그렇게라도 채워가며 그렇게 창석은 만난 4명을 모두 위로해 준다.

창석

그의 이야기

창석은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머뭇거리던 전화기 앞에 서 유학생활 때 만나 결혼했던 부인에게 전화를 건다. 다시금 그녀와 잘해보고 싶다 말하는 창석에게 혜경은 자신에게 오라며 말한다. 창석은 그녀가 괜찮아진 줄 알고 바로 비행기를 끊겠다 말하지만 그녀는 딸 수연이 아빠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난 텅 빈 골목들을 걸었고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창석의 마지막 대사

알고 보니 수연은 이미 죽었고 둘은 그 사건을 극복해보려 하다가 이혼하게 된 것. 창석은 그녀가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과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충격에 전화를 끊고 집에 돌아와 괴로워한다. 그리고 청산가리를 물에 탄다. 그리고 길을 걷는 창석. 화면이 바뀌며 그의 마지막 대사를 끝으로 결말을 낸다. 아마도 감독은 이 마지막 장면이 청산가리를 마시고 죽음에서 바라본 것인지 아니면 마시지 않고 실제 거리를 걸었던 기억을 글로 쓴 것일지 혼동시키기 위해 사용한 것 같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상실감을 위로해 준 창석. 그 또한 위로를 받아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오히려 더욱 깊은 상실을 맞본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처음 유진과의 에피소드에서 전화기가 처음에는 상당히 지저분해서 들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창석 에피소드에서는 깨끗하다. 아마도 그가 사람들을 만나며 정리된 마음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그의 마음은 위로받고 그는 상실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가 마음에 계속 남는 작품이다.

 

짧아서 본 영화이기도 하고 이지은 배우가 나와서 흥미로운 것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강렬하면서도 그에 반해 잔잔한 영화였다. 인간의 상실감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치유받으며 살아가는지 다시금 느끼게 되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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