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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 떠들기
인간과 짐승을 나누는 기준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건 아마도 본능을 억제하고 이성적인 기준을 제시하며 사회라는 계약된 공간 안에서 자신을 통제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작품에서 인간과 짐승의 구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 주지만 단연코 이 작품만큼 강렬하면서도 다채롭게 전달한 작품은 아직 보지 못했다.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싶은 남자와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위에서 말한것처럼 인간과 짐승 그 사이의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무엇이 인간과 짐승을 구별하고 또 인간답지 못한 인간은 짐승이라 불리어도 되는가. 여러 가지 깊은 사색에 빠져들게 하는 영화 <늑대의 살갗아래>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늑대의 살갗아래(BAJO LA PIEL de LOBO)
드라마/스페인/110분
15세 관람가/2018년 개봉
감독:사무 푸엔테스
주연:마리오 카사스/이레네 에스콜라르/루트디아스
시놉시스
간략한 줄거리
-본능의 아래에서
폐허가 된 마을에서 혼자 살아가며 늑대와 각종 동물들을 잡아 마을로 내려가 가죽을 팔며 살아가는 남자, 매 번 물품의 값을 얻어 덫이나 필수품을 사고 다시 혼자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로 내려가 가죽을 판 남자는 한 여인과 강렬하게 관계를 나누고 그곳에 가죽을 팔게 도와주는 남자에게 가정을 꾸려 자식을 낳아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듣는다. 남자는 관계를 가진 여자의 아버지에게 가 가죽과 돈을 주고 그녀를 데려오고 빈터에 곡식도 심으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얼마 후 그녀는 임신했다 말하고 남자는 그런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 시설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아프기까지 했던 그녀는 아이를 낳다 죽고 남자는 시체를 끌고 여인의 아버지에게 간다. 알고 보니 그녀는 과부에다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밴 것이었고 심지어 아프기까지 한 상태였다. 남자는 아버지에게 다시 돈을 돌려줄 것을 강요하고 돈을 준비하라 한다.
그리고 찾아온 봄 그는 죽은 여인의 아버지를 다시 찾고 그 아버지는 돈 대신 자신의 막내딸을 시집보내준 다한다. 그렇게 시집을 간 막내딸에게 최후의 순간 쓰라며 독초를 쥐어주고 막내딸은 그렇게 남자에게 팔려 다시 외딴 산속 마을로 간다. 짐승처럼 강제적으로 그녀와 관계를 맺는 그와 아무도 없이 춥고 동물의 피를 빼고 가죽을 만들어야 하는 삶.
그녀는 어느 날 죽은 언니와 태어나지도 못한 채 죽은 아이의 무덤을 보게 되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준 독초를 꺼내게 된다. 마을로 내려갔다 돌아온 남자, 그녀는 필사의 탈출을 위해 그에게 독초를 음식에 타 먹이고 집을 나선다. 그러나 얼마못가 동물을 잡기 위해 둔 덫에 걸리고 길마저 잃어버려 겨울의 숲에서 죽어가기 시작하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내 맘대로 떠들기
죽을 위기에 처한 여자, 그러나 독초를 먹어 아픈 몸을 이끌고 그녀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와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남자 덕분에 그녀는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의 아이를 유산하고 그녀가 몸을 회복하기 시작하자 남자는 그녀에게 떠나도 좋다고 말한다. 어느 날 아침 여자는 떠나가고 남자는 기르던 가축을 풀어준 뒤 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영화의 10분 가까이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살아가는 한 남자를 비춘다. 동물을 사냥하고 가죽을 얻고 게걸스럽게 동물을 구워 먹으며 어딘가 사람이면서도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비춰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무성영화에 가까울 만큼 아주 극단적으로 대사의 양이 없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 배우보다도 대사가 없을 듯 보인다.
그러나 내용만은 충만하다. 이 작품은 다양하고 또 강렬하면서도 자연에 더불어 풍경과 상황 그리고 연기를 통해 주제를 더욱 부각한다. 영화를 해석해 보자.
제목인 <늑대의 살갗아래>에서 늑대는 남자를 의미한다. 영화 초중반과 후반에 늑대를 만나지만 늑대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떠난다. 남자가 그만큼 늑대와 동일시됨을 보여준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늑대는 곧 본능과 짐승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한 두 여인은 인간과 문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 여인은 인간이고 문명이지만 그곳에서 아픔을 얻는다. 병을 얻었고 과부인채로 아이까지 임신했다. 그녀에게 더이상 마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 돈을 받아 팔려감에도 크게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인채로 문명에 살아야하는법. 결국 그녀는 남자이며 늑대이자 자연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남자는 첫번째 여인이 온 후에 조금씩 변한다. 땅도 개간하려 하고 태어날 아이를 위해 요람도 미리 만들어둔다. 그러나 자연을 품기에 인간은 너무나 연약하고 결국 여인을 잃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여인이 남자를 품에 안으려 했던 것이 얼마나 힘든 것임을 여인의 죽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남자는 본능에 살아간다. 이미 죽은 여인과 자식으로 인해 극도로 화가 난 건 지나간다. 그에게 남은 건 생존본능 그는 다시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가 돈을 요구한다. 시체는 시체일 뿐 그는 대가를 돌려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두 번째 여인을 얻는다.
두 번째 여인은 자연에 대한 부적응을 보여준다. 그녀는 그곳에서 도저히 살 수 없고 추위와 고통 그리고 삶 전반적으로 자연(남자) 부인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자연에 의해 고통받는다. 여자는 결국 남자를 죽이기 위해 독초를 쓰고 집을 나간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자연을 넘어서지 못했고(덫에 걸린다)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구해주는 건 남자(자연)이다. 인간에게 냉혹하게 태풍이나 지진 각종 재난을 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갈 터전을 주는건 자연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아이가 유산되자 남자는 결국 그녀를 보내준다. 여기서 늑대란 의미가 자연 말고 가정을 이루고 싶은 남자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짐승이지만 가정을 위해 무리를 이끄는 늑대의 모습을 투영한 듯 보인다.
그리고 결말, 남자는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고 있었고 가축들을 풀어준다. 그리고 침대로 올라가 총으로 삶을 마감한다. 영화 전반적으로 이 장면 외에는 다 늑대의 가죽으로 만든 이불 아래에서 여인이 강제로 관계를 당하고 남자는 숙면을 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목처럼 <늑대의 살갗아래> 즉 남자는 그 늑대 이불아래에서 평안하지만 여인은 강제로 당한다. 반면에 그 이불과 남자의 보호로 살아남기도 한다. 이중적인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무튼 다시 결말로 돌아와 남자는 혼자 마당에서 눈물을 흘리며 죽음과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침대로 가는데 이전 장면들과 대비되어 남자는 늑대 이불아래가 아닌 이불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평생을 자연인으로 살아온 그는 이불아래에서 살아온 짐승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한 여인과 아이의 죽음, 그리고 다음에 온 여인의 유산과 가정을 이루려 했던 그의 꿈이 깨지면서 그는 짐승 같은 삶에서 벗어나야 함을 느낀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생을 마감할 때 가죽 아래에 있지 않고 가죽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가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짐승 같은 인간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벗어던지고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고독하면서도 웅장한 자연과 그 안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감정선이 굉장히 잘 살아있으면서도 극한의 적은 대사로 인한 절제와 다양한 요소를 넣어 주제를 부각한 좋은 영화이다. 재미보다는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작품
몸이 나으면 떠나도 좋아
남자는 더 이상 그녀를 품고 있음을 안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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