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영화 화양연화 리뷰 결말 해석 뜻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는 사랑의 기억

by YB+ 2024. 2. 3.
반응형

Preview

영화 보기 전 떠들기

<화양연화>, 나이 서른 먹고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저 영화 제목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워낙에 유명한 단어라 궁금할 법도 한데 굳이 관계가 없는 단어라서 신경 쓰지 않은 채 살았는데 이번에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오고 추천작으로 뜨길래 관람하게 됐다. 뭐랄까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었다. 대사가 거의 없고 미장센이 넘쳐나는 불친절하지만 또 어느 정도는 상황이 다 설명해 주는 신기한 작품이었다.

花樣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뜻하는 화양연화는 제목 그 자체로 영화를 표현한다. 그게 평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무거운 짐이 되더라도 상관없을 만큼 사랑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꼈던 시간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고 싶은 찬란한 느낌을 보여준다. 뛰어난 두 배우와 감독의 미장센이 버무려진 영화 <화양연화>를 리뷰해 본다.

영화 정보

화양연화(花樣年華)

로맨스/홍콩/99분

15세 관람가

2000년 개봉 (2020-리마스터링)

줄거리

 

-같으면서도 다른 배덕

같은 날 우연하게도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된 첸 부인과 그 옆집 차우, 물건이 뒤바뀌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계속 서로의 물건을 챙겨주며 얼굴을 트게 된다. 자주 출장을 길게 가는 첸부인의 남편과 호텔에서 오래 근무하는 차우의 부인 때문에 둘은 각각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렇게 계속해서 마주치는 둘, 그러던 어느 날부터 서로의 배우자에게 같은 넥타이와 가방이 있는 것을 눈치채고 이상하게도 겹치는 출장과 호텔일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고 어딘가 부부사이도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차우는 첸부인과 은연중에 이 사실을 공유하고 첸부인도 이미 알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겹칠 것 없어 보이던 두 배우자의 외도에 큰 배신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 관계의 시작을 궁금해하기 시작한 둘은 차츰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차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지만 첸부인은 혼란스러운 배덕감에 갈팡질팡한다. 결국 차우는 배표를 얻어 떠나려 하고 마지막 순간 그녀에게 함께 갈 것을 권유하는데..

결말 및 해석, 리뷰

내 맘대로 떠들기

-아무도 모르게 시작된 사랑

첸 부인은 추와 함께 떠나지 않고 남는다. 차우는 싱가포르로 넘어가 혼자 살고 시간은 흘러버린다. 첸 부인은 아들을 낳고 예전에 추억이 깃든 아파트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눈물을 흘린다. 차우도 아파트를 방문하지만 둘은 마주치지 못했고 차우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가서 사원의 기둥에 있는 구멍에 비밀스러운 속삭임을 하고 모든 것을 비밀로 감춘 채 영화는 결말을 맺는다.

그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미장센이 폭발하는 영화이다. 미장센이란 가볍게 설명하면 감독이 의도적으로 스크린상에 넣은 물품이나 기타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많은 리뷰들과 기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거의 모든 장면에 미장센을 넣었기에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는 어렵기에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다만 해석이 필요한 몇 가지 소재에 대한 것을 적어보려 한다.

절대. 절대 선을 넘지 말아야 해요. 우린 그들과 달라요.

우선 무협소설이다. 적어도 이 영화가 제목 그대로 <화양연화>라는 뜻이 아름답게 비치는 건 둘의 직접적인 에로스적 사랑의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머리를 기대고 손을 잡는 정도나 우는 첸부인의 팔을 쓰다듬는 정도이다. 둘은 서로가 각자의 배우자들처럼은 되지 않는다며 일부러 육체적인 거리를 두는데 결국은 둘 다 깊은 사랑을 느낀다. 사랑하면 안고 싶어 지는 게 당연함에도 둘은 거리를 벌리며 대신 서로의 지적인 영역에서 서로를 맞닥뜨린다. 바로 소설을 함께 써 내려가고 논의하며 말이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앙코르와트가 나온다. 감독은 차우의 비밀을 감추는 이야기가 그냥 나무에 하는 것보다는 더 신비스러운 무언가에 봉인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12세기에 지어진 이 건축물은 당시의 기술력으로도 굉장히 뛰어난 건축물로 처음 발견했을 때는 캄보디아에서 지었다고 믿지 않기도 했다. 그만큼 웅장하고 신비스러우며 굉장히 ‘오랜’ 역사를 지녔음이다. 여기서 오랜을 강조한건 차우는 비밀을 넣어두고 싶었지만 잘려서 없어지는 나무가 아닌 평생을 서 있을 듯한 이 건축물에 자신의 비밀을 영원히 넣어두고 싶었을 것이다.

옛날엔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어떻게 했는지. 산에 가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에 구멍을 파고는 자기 비밀을 속삭이곤 진흙으로 봉했다 하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차우의 대사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까였다. 시간이 지나며 명확해지기는 했지만 그들 자체도 혼란스러울 만큼 서로에게 점차 빠져드는 게 눈에 보인다. 참깨죽을 만들어주는 첸 부인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둘은 서로 처음에 한 불륜을 한 배우자들과는 다르다는 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것은 서로에게 이끌림을 알고 있기에 더욱 자신을 다잡기 위한 일종의 방패막일 뿐. 차우는 적극적이며 첸 부인은 소극적이다. 이별장면에서도 차우는 함께 가자고 말하고 첸 부인은 자리가 있다면 나를 불러주라 말한다. 두 사람의 스탠스가 결국은 이 영화의 결말로 이끄는 것이다.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나와 함께 가겠소?

차우의 대사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하나 스쳐간다. 그들은 그 당시가 화양연화임을 알고 있었을까? 서로에 대한 강한 사랑과 동시에 드는 배덕감, 그리고 주변의 감시 아닌 감시에 마음 졸이는 날들과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까지. 하지만 첸 부인은 그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흘리고 차우는 앙코르와트에 가서 비밀을 봉하는 순간까지 그 시기를 기억한다.

 

우리는 이 영화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기억하고 그들도 아름다움으로 기억하겠지만 너무나 슬프고 슬픔보다 더 깊었던 사랑의 감정을 가졌었고 제일 중요한 이뤄지지 않았기에 그들은 이 시기를 <화양연화>로 기억할 수 있음이다.

우린 그들과 다르다 생각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알고 싶었어요. 이젠 알 것 같아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된 거죠.

자신도 모르게 중독된 사랑, 그리고 이별이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가장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첫사랑을 영원히 추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그리고 그들에게는 너무나 아프지만 결국은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진 기억 속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빛날 것이며 아픔은 아련해지고 추억을 희미해진 만큼 더 반짝일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평생을 남아 <화양연화>라는 단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 뿐이다.

그는지난간 일들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해 모든 것을 볼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희미하기만하다.

희미해진 만큼 선명하게 느껴지는 추억

모두에게 추천하는 아름다운 영화이다.

부탁이 있소. 미리 이별 연습을 해봅시다.

정말 슬픔 그 자체의 대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