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영화를 보여주지만 영화 내내 끔찍한 것들이 떠오르는 작품을 본 적이 있는가?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작품을 말할 것이다. 인간이 악이란 것에 얼마나 관심 없으며 평온하게 받아들이는가를 직접 체험하는 괴로운 작품이라고 한다면 더욱 어울릴 것 같다.
여러 가지 의미나 해석들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실상은 단 하나 끔찍한 역사적 사건을 극명한 대비를 통해 보여준 작품이다. 이 밑에는 스포가 가득하니 관람 후에 보시기를.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해석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제목은 Zone of interest로 흥미로운 구역이라는 뜻인데 이는 유대인 학살하는 공간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도 당시에 아우슈비츠를 이렇게 불렀다고 하니 그들이 얼마나 학살을 무관심한 눈으로 바라봤을지 소름이 끼친다.
이 작품의 해석은 간단하다. 극명한 대비 속에 떠오르는 악행. 회스라는 아우슈비츠 책임자는 자신의 가족들을 데리고 수용소 바로 옆에서 부유하게 살아간다. 주말에는 인근 저수지에서 수영을 즐기고 가족과 파티를 열며 집에는 화려하게 정원을 가꾸며 지낸다.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회스 부인이다. 남편 회스가 전출로 떠나게 되자 그녀는 이 집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하며 이 공간은 자신의 꿈이었다 말하는데 그녀가 영화 막바지에 어머니가 수용소의 참상을 알고 편지를 남기고 떠나가자 화가 난 상태로 유대인 가정도우미에게 너 같은 건 쥐도 새도 모르게 수용소에서 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굉장히 평안한 상태로 살아가지만 그것이 수용소의 비밀을 모르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참상을 온전히 알면서도 그곳이 꿈이었다고 떠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영화를 자세히 보다 보면 계속해서 총소리와 고통에 가득 찬 괴로움 소리가 자그맣게 들려오는데 그녀는 그것조차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건 이 작품을 보는 우리다. 1시간 45분 정도 되는 러닝타임이지만 영화는 매우 평안하기에 어느덧 지루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있다. 물론 나만 그랬을 수도 있으나 이 영화를 보는 우리도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이 가정의 평안한 모습에 저절로 참상을 평안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걸 중간중간 일깨우는 게 이 영화의 사운드이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수용소의 끔찍한 비명과 함께 들려주고 평안한 음악에서 고통과 절망이 느껴지는 음악이 들려온다.
평안한 장면에도 수용소에서 나오는 연기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데 이는 사람을 태우는 것이다. 즉 어딘가의 평안한 장면 속에서도 그 이면에는 끔찍한 학살이 있음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준다.
영화 중간에 2번 정도 애니메이션 비슷하게 사과와 과일을 숨겨두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수용소에서와 같이 고통받고 가난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수용소의 노동자들을 위해서 음식을 가져다 두는 인간의 내면적인 따듯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장면은 계속해서 학살과 폭력에 무관심한 듯 보이는 회스 가족을 보여주면서 극명히 대비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회스가 구토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면 개인적으로 회스가 자신이 저지른 악행이 갑자기 마음에 들어와서 구토를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는 온전한 군인이며 어느 곳에서나 완벽히 일하려 하는 인간이다. '악의 평범함'이라는 말에서처럼 그는 군인으로 그저 자신의 임무를 한 것뿐 그것이 그에게 크게 악행이라 생각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그가 구토를 한 것은 분명히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된 것을 머리로는 몰라도 내적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자신을 위한 축하파티를 위해 모인 사람들까지도 어떻게 죽일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로 인간성 자체를 잃어가고 있음에 대한 표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욱 고통스러운 건 그가 그 구토를 하고 난 이후 어둠 속으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결국은 그가 인간성 자체를 잃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구토를 했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어두워지는 계단처럼 학살과 폭력의 길을 내려갈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죠.
평안하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상당히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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