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높은 수위의 영화, 한국에도 이런 작품이 있을 수 있구나 했고 캐릭터에 찰떡같은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많은 분들이 페미니즘 영화라고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분들이 많은데 나도 일부는 동의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사랑에 집중을하고 그 사랑은 동등한 관계에서 제대로 맺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말부터 해석까지 왜 그런지에 대해 조금은 나눌 수 있기를 생각하며 글을 써 본다.
아가씨 결말
숙희가 정신병원에 들어가며 히데코와 백작의 거래를 보여준다. 둘은 이모부를 피해 돈을 얻고 계획을 완성시키려 하지만 히데코와 숙희는 서로 사랑하게 된다. 결국 나무에 매달려 죽으려는 히데코 앞에서 숙희가 모든 것을 실토하고 두 여인은 하나가 되기로 한다.
숙희는 장물아비집에 도움을 요청해 정신병원에 불을 내 탈출하고 히데코는 백작이 준 아편을 와인에 타 백작에게 마시게 한 뒤 그의 돈을 가지고 탈출한다. 결국 두 여인은 무사히 만나게 되고 히데코는 복수를 위해 이모부에게 백작이 일본 귀족이 아닌 제주도 가난한 집 아들임을 편지로 써 보낸다. 백작은 이모부에게 고문을 당하다 히데코와의 초야를 빌미로 담배를 요구하고 이모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수은으로 만들어진 담배를 피우게 한다. 결국 둘 다 그 자리에서 죽고 숙희와 히데코는 감시를 피해 무사히 상하이로 출발하고 객실에서 사랑을 나누며 결말을 맺는다.
아가씨 해석
우선 <아가씨>라는 제목부터 들여다보자. 영어로 된 제목은 ‘하녀’이다. 정반대 되는 두 단어는 어딘가 이질감이 있으면서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숙희와 히데코는 하녀와 아가씨로 시작돼 연인으로 끝난다. 결국 아가씨던 하녀던 제목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이다. 둘은 결국 서로 사랑하는 아가씨라는 존재가 되므로.
여성의 권리나 해방을 위주로 해석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나는 인간적 평등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았다. 남성으로 나오는 두 인물 백작과 이모부는 얼핏 남성 그 자체로 권력을 가지고 여성을 억압하는 것으로 보이나 그들 자체도 더 얻고자 하는 지위와 목표들이 있다. 백작은 고귀한 영국신사 같은 인간이, 이모부는 일본인이 되는 것 같은.
그렇기에 이는 단순히 인간이 가진 것에 대한 권력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지 남성이기에, 여성이기에 라는 느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이동휘 배우님이 연기한 구가이는 이모부의 행위에 대해 쌍욕을 내뱉는다. 거기에 사사키 부인도 시녀로 나오지만 이모부만큼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하녀들을 부린다. 이런 부분만 봐도 남성이기에 권력과 행위에 대한 당위성이 생기고 여성이 억압받는다는 건 억측에 가까운듯하다.
아무튼 두 남자는 선망하는 것은 있지만 그 습성은 버리지 못한다. 백작이 영국 신사를 동경하지만 히데코를 덮치려 하며 실은 여자들이 강제로 당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이모부가 일본인이 되고 싶어 하지만 밥으로 냉면을 먹는 것은 그들 자체가 가진 인간적 습성을 버리지 못함으로 보인다.
숙희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모성애가 넘치는 여인이다. 그렇기에 자신보다 잘 먹고 잘 사는 히데코를 모성애로 바라본다. 어린아이와 같은 그녀의 태도와 행동이 그녀를 자극하고 결국 모성애는 히데코가 진실을 밝히며 이성적 사랑으로 바뀌어간다. 히데코는 어린아이와 같고 그렇기에 솔직하며 행동에 거침이 없다. 이렇듯 모든 캐릭터는 인간적 습성을 버리지 못하지만 숙희와 히데코는 어떤 탐욕이나 권력이 아닌 사랑을 가지고 있기에 살아남는다.
영화는 그렇기에 결국 사랑을 말한다. 재밌는 것은 사랑이란 동등한 것이며 인간을 발전시킨다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동등한 것은 두 여인이 관계를 맺을 때의 자세나 배경이 좌우가 대칭되어 있음을 통하 간접적으로 비춰주고 심지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결국은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모습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은 여성성이 우월하거나 남성성이 부족하거나 낮은 것을 드러내기보다는 그저 인간으로서 어떤 욕망을 추구하고 나아가는지가 중요한지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야하다고 해서 단순히 그런 용도로만 볼 작품이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런 영화가 얼마나 있겠냐만은 숙희와 히데코를 통해 진실된 사랑의 중요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세상을 일제강점기의 네 남녀로 보여주는 작품.
난 네가 걱정 돼
서로를 걱정하는 두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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